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5.19.

오늘말. 물거품


혼자 하면 호젓합니다. 함께 나아가면 함함합니다. 같이 거들며 가볍습니다. 나란히 나누면서 조금 더 수월하고 너나없이 배웁니다. 고루 맡아서 하는 동안 어떤 마음인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직 여리기에 덧나무를 놓습니다. 받치는 힘을 누리면서 천천히 자리를 잡아요. 누구나 스스로 일어서게 마련이되, 나 한 사람 힘만으로 빛나지 않습니다. 언제나 해바람비가 숨결을 살리고, 풀꽃나무가 싱그러이 어루만져요. 우리가 쓰는 종이에 붓도 이웃이 지어 주었습니다. 두바퀴를 달리건, 신을 꿰어 걷건, 모두 이웃이 지은 살림을 고맙게 얻으면서 차곡차곡 일을 맺고 잇습니다. 처음에는 얼핏 앞이 캄캄해 보일 수 있어요. 이러다가 물거품이 될까 싶어 걱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밑바닥으로 굴러도 되고, 빈털터리로 헤매도 됩니다. 아무것도 없기에 무엇이든 지을 수 있습니다. 들풀을 돌아보고 작은꽃을 살펴봐요. 아주 조그마한 씨앗은 스스럼없이 싹이 터서 고개를 내밉니다. 모든 풀씨는 맨바닥인 밑자리에서 뿌리를 내립니다. 처음 오르는 풀 한 포기가 있으니 이웃 풀씨가 깨어나고 나무가 자라요. 하얗게 빛나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새로 기운을 냅니다.


ㅅㄴㄹ


덧대다·덧대·덧판·덧나무·받치다·받침·받쳐주다·받이·받침판·받침나무·받나무 ← 부목(副木)


같이·함께·다·다같이·다함께·나란히·너나없이·고루·두루·여느사람·여러사람·온사람·이웃·꽃·길꽃·길풀·들꽃·들풀·작은꽃·시골꽃·바닥꽃·풀·사람·사람들·아이어른·어른아이·수수하다·투박하다·흔하다 ← 남녀노소


흰종이·빈종이·종이·종이쪽·처음·깜깜하다·어둡다·캄캄하다·없다·없애다·거품·물거품·맨끝·맨뒤·맨밑·밑바닥·밑자리·바닥·바닥나다·비다·비우다·하얗다·파리하다·해쓱하다 ← 백지, 백지장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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