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2.


《그때 치마가 빛났다》

 안미선 글, 오월의봄, 2022.10.4.



겨울이면 매울음을 듣는데, 봄여름이면 어느 멧골이나 들숲으로 떠나려나 궁금하다.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 매는 철 따라 가볍게 마녘하고 높녘을 오갈는지 모른다. 때로는 어느 곳에 그대로 눌러앉기도 할 테고. 낮에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오는데, 참으로 숱한 쇳덩이가 “사람들 거니는 자리”까지 마구 밀어댄다. ‘자동차·승용차’라는 이름은 안 어울린다. 이 “무시무시한 쇳덩이”는 “작은 싸움수레(전차)”라 여겨야 걸맞다고 느낀다. 숱한 사람들은 손잡이를 잡으면 넋을 잃고 사람빛을 잊어버린다. 널따란 부릉길뿐 아니라 좁은 골목길까지 마구 들이밀면서 비키라고 빵빵거린다. 책을 안 읽으니 손잡이를 쥐고, 손잡이를 쥐느라 더더욱 책을 안 읽는다. 책만 읽어야 배우지 않는다만, 책조차 안 읽으니 새로 배우는 일이 없다시피 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싸우는 굴레가 더 짙다. 《그때 치마가 빛났다》를 읽었다. 글쓴이는 쇳덩이를 모는 살림일까? 글쓴이는 걷거나 두바퀴를 굴릴까? 글쓴이는 서울이나 서울곁을 멀리 벗어난 시골이나 들숲바다에서 이웃을 얼마나 만났을까? 이제는 목소리만으로 쓰는 글이 아닌, ‘서울밖’이나 ‘시골’에서 ‘맨몸’으로 ‘아이들 곁’에서 살림을 짓는 틈에 쓰는 글로 거듭날 때라고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