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9.

오늘말. 귀동냥


빈털터리에 굶주리니 동냥을 합니다. 동냥꾼도 나도 이 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조그마한 사람이요 이웃이니 스스럼없이 밥을 나눕니다. 아직 엉성한 터라 새알꼽재기 같고, 잘 몰라요. 여러모로 어설프지만 하나씩 마주하면서 익힙니다. 배우고 다시 가다듬어도 비리다고 나무라지만, 빙그레 웃으면서 좀스런 마음에 샘물 한 바가지를 붓습니다. 모르니까 여쭈지요. 또 여쭈고 새로 여쭈지만 쥐뿔도 모르니 참으로 창피합니다. 그렇지만 뿌리얕은 재주를 부려서 글발림을 하고 싶지 않아요. 변변찮지만 귀동냥도 하고, 어깨너머로 들여다봅니다. 어줍기에 더 쳐다보고 헤아립니다. 비록 하찮다 싶은 글 한 조각이어도 추스르고 손질하지요. 바야흐로 졸때기에서 벗어나자면 한참 멀지만, 오종종한 걸음으로도 새삼스레 기운을 내어 걸어갑니다. 크잖은 몸짓이지만 쪼잔하고 싶지 않아요. 좁쌀밥 한 그릇으로 기지개를 켜고서, 어제까지 꽁하던 알량한 마음을 털고는, 한 치 앞부터 바라보려고 애쓰면서 하루를 엽니다. 몸앓이를 하면서 하나를 알고, 살갗앓이를 하면서 둘을 알아보고, 귀앓이를 하면서 셋을 알아듣습니다. 얕은 물도 더 살피면서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ㅅㄴㄹ


귀동냥·모르다·어쭙잖다·어줍다·어설프다·얼치기·엉성하다·새알꼽재기·꼽·꼽재기·꽁·꽁하다·꽁선비·얕다·옅다·뿌리얕다·모자라다·글발림·입발림·오종종하다·우물개구리·자다·구지레·비리다·너저분하다·잡살뱅이·졸때기·변변찮다·보잘것없다·비좁다·좁다·좀스럽다·알량하다·약다·약빠르다·얄궂다·좁쌀·쥐·생쥐·쥐뿔·쪼잔하다·초라하다·크잖다·하찮다·하잘것없다·한 치 앞도 못 보다 ← 천학비재, 구이지학(口耳之學)


살갗앓이 ← 아토피, 피부병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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