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7.

오늘말. 줄타기


일부러 가싯길을 걷지 않습니다. 자갈길이건 돌길이건 아랑곳하지 않을 뿐입니다. 휘청이는 살얼음판이지만 기우뚱기우뚱하면서 천천히 나아가요. 다리가 후달달인데 좀 애먹기는 했어도 줄타기를 한다고 여기면서 느슨히 갑니다. 서둘러야 하면 온통 먹장구름 같아요. 바쁘면 으레 비구름이겠지요. 그러나 먹구름은 온누리를 환하게 씻어요. 어렵거나 힘들다고만 여길 일은 아닙니다. 아슬고래를 넘으면서 한결 단단하고, 죽을고비를 지나면서 더욱 씩씩합니다. 곰곰이 보면 된추위를 온몸으로 맞이하기에 새봄이 반갑습니다. 된서리는 죽음고개 아닌 겨울 한복판을 품고서 온몸에 새빛을 담는 너울 같아요. 땀나는 가시밭길일 수 있고, 벅차고 간당간당하기에 쓰러질 수 있어요. 벼랑끝에 선다면 그만 후달리면서 넘어질 수 있겠지요. 그러나 막다른 곳에서 오히려 차분하게 다스립니다. 구석빼기에 도리어 가만가만 추스르면서 짙땀을 훔쳐요. 바다에 이는 놀은 기운찬 노래입니다. 하늘을 덮는 놀은 아침저녁으로 빛나는 놀이예요. 오늘도 한 발 두 발 내딛으면서 구름물결을 헤아립니다. 이다음에도 고빗사위일는지 모르지만, 다시 힘내고 빙그레 웃어요.


가시밭·가시밭길·가시밭판·가싯길·자갈길·간당간당·아찔하다·휘청·흔들리다·아슬아슬·아슬고비·아슬고개·아슬목숨·아슬꽃·아슬판·뼈빠지다·살떨리다·살얼음·살얼음판·고비·고빗길·고빗사위·고비앓이·벼랑·벼랑끝·벼랑길·줄타기·줄타기놀음·죽을고비·죽을재·죽음고개·죽는 줄 알다·죽을 뻔하다·구석·구석빼기·막다르다·기울다·기우뚱·기우듬·후들·후달리다·후달달·후덜덜·낮다·짙땀·땀나다·너울·놀·된바람·된서리·된추위·큰바람·한바람·먹구름·먹장구름·매지구름·비구름·버겁다·벅차다·애먹다·어렵다·힘겹다·힘들다 ← 위태, 위태위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