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993 : -지다 -로부터 -고 있는 걸까



무늬가 한글이더라도 우리말씨가 아닌 글이 넘칩니다. 우리말은 섣불리 ‘-지다’를 안 붙입니다. ‘떨어지다·부서지다·사라지다·쓰러지다’처럼 ‘-지다’를 쓰기는 하되, ‘배고파지다’나 ‘궁금해지다’나 ‘예뻐지다’라 하지는 않습니다. ‘배고프다’나 ‘궁금하다’나 ‘예쁘다’라고만 합니다. 우리말씨는 바로 오늘 이곳에 있는 우리 숨결을 드러내면서 어제랑 오늘이랑 모레를 나란히 그립니다. ‘-로부터’는 일본말씨예요. “무엇으로부터 달아나고”는 “무엇한테서 달아나고”로 바로잡습니다. “악을 쓰고 있는 걸까”는 옮김말씨이지요. “악을 쓸까”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서 이토록 악을 쓰고 있는 걸까

→ 문득 궁금하다. 나는 무엇한테서 달아나고 싶어서 이토록 악을 쓸까

→ 문득 궁금하다. 나는 어디로 달아나고 싶어서 이토록 악을 쓸까

《두 번째 페미니스트》(서한영교, 아르테, 2019)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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