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6.


《일흔에 쓴 창업일기》

 이동림 글, 산아래詩, 2023.8.1.



어제그제 시끄럽게 막삽질 소리에 잿가루가 날렸다. 바람 없이 볕날이던 하루가 저물고 별이 돋을 즈음 갑작스레 구름이 몰려들더니 세차게 비바람을 흩뿌린다. 비바람은 굵고 짧게 지나간다. 이윽고 구름이 말끔히 걷히고서 별이 반짝인다. 마을을 덮은 먼지띠를 정갈히 씻고 털어내는 이 비바람은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운가.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헤아리고 품는 하루일까? 우리는 집과 마을에서 살림짓기를 하는가, 아니면 잿더미를 끌어안는가. 잿고을(도시)이 아닌 숲마을에서 보금자리를 누리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글길을 펴는 이웃은 몇이나 있을까. 《일흔에 쓴 창업일기》를 읽었다. 대구 한켠에서 ‘노래책 마을책집’을 연 할아버지가 있단다. 할아버지는 ‘마을책집 이야기’를 노래로 여미었다. 책집지기는 일흔 살부터 할 수 있고, 열일곱 살부터 할 수 있다. 대구 〈산아래 시〉 지기님이 나중에 인천 〈아벨서점〉을 찾아가 본다면, 앳된 나이부터 책집지기로 일하여 쉰 해 발자국을 훌쩍 넘긴 일흔세 살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책도 글도 그림도 빛꽃도, 가방끈 아닌 살림손으로 여미어도 아름답다. 배움턱을 넘을 틈이 없던 숱한 분들은 늘 온삶으로 사랑을 지으며 말을 여미어 ‘노래’를 일구었다. 노래하기에 놀이하며 훨훨 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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