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6.


《늙은 떠돌이의 詩》

 서정주 글, 민음사, 1991.11.10.



아침나절에 비를 뿌린다. 아침은 차갑게 얼어붙는다. 해가 넘어갈 즈음부터 비가 그치고 날이 개려 한다. 구름밭이 배롱빛으로 물든다. 아름답구나. 이 아름다운 노을빛을, 셈겨룸(시험)을 크게 치르는 하루에, 이웃 푸름이가 고루 마주할 수 있기를 빈다. 사람들 마음이 고스란히 날씨로 나타난다. 차갑게 얼어붙으니 날이 차다. 사르르 풀리니 바람이 푸근하다. 《늙은 떠돌이의 詩》를 차근차근 되읽었다. 왜 아직도 ‘서정주 섬기기’가 안 걷혔나 했더니, ‘서정주 섬기기’에 앞장선 이가 ‘고은’이더라. ‘고은 섬기기’를 해대는 이가 우글우글하니, ‘서정주·고은’이라는 늙은이 글자락이 곳곳에 버젓이 걸리는 셈이로구나. ‘어른 아닌 늙은이’는 글(문학)이 아닌 굴레(권력욕)를 썼다. ‘어른 아닌 꼰대’는 글씨가 아닌 불씨를 뿌렸다. 가만히 보면, 그토록 추레한 짓을 일삼은 김동인을 놓고서 ‘동인전집’에 ‘동인문학상’을 내건 이들은 ‘글밭(문단권력)’이었다. 우리는 이제부터 굴레를 벗고서 글빛을 펴는 길을 열 수 있을까? 길들이는 굴레로 휘두르려는 허울(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을 치우고서 사랑씨앗을 심는 수수한 글자락을 나눌 수 있을까? 가랑잎은 스스로 흙으로 돌아가지만, 늙은이는 다들 죽기를 싫어하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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