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19.

오늘말. 주제넘다


빈수레가 시끄러운 까닭을 모르는 분이 많아요. 조금만 살피면 누구나 알 테지만, 바로 이 조금씩 살피는 매무새하고 멀거든요. 입으로 아무리 방긋거린들 삶이 아닌 물거품이에요. 입만 살아서 떠들 적에는 스스로 일구는 삶이 없어요. 빈말로는 하나도 못 지어요. 말솜씨가 없어서 얌전히 있더라도 씨앗 한 톨을 심기에 천천히 지어요. 조그마한 보람을 부풀린들 크게 보이지 않아요. 뻥은 곧 드러납니다. 빈소리는 빈껍데기일 뿐인걸요. 익은 벼가 왜 고개를 숙일까요? 익었으니 속이 가득해요. 알찬(알이 찬) 벼는 말없이 고개숙이면서 귀를 열고 눈을 틔우고 마음을 밝혀요. 누구나 쭉쩡이로는 배부르지 않습니다. 떠버리로는 일을 못 합니다. 속없는 말이나 일이나 길이 아닌, 속있는 말이며 일이며 길로 나아가야 아름다워요. 추키는 말에 홀랑 넘어가니 바보스럽습니다. 우쭈쭈 해주기에 우쭐거리니 그야말로 주제넘은 짓을 벌입니다. ‘말을 할’ 노릇이지만, ‘말뿐’이라면 겉발림이에요. 겉옷으로 감싼다고 몸이 바뀌지 않아요. 겉멋으로는 글이 살지 않아요. 이제 눈가림은 끝내기로 해요. 허방도 헛꿈도 헛것도 아닌, 씨알을 여미는 살림을 스스로 열어가요.


ㅅㄴㄹ


겉멋·겉옷·겉발림·겉치레·겉으로·겉질·겉짓·겉꾼·거품·물거품·바가지·에누리·껍데기·겉껍데기·껍질·겉껍질·옷·옷자락·옷가지·옷섶·주제넘다·주제모르다·주제없다·꾸미다·떠벌리다·떠버리·속없다·높이다·띄우다·올리다·우쭈쭈·눈비음·눈가림·눈속임·말로·말뿐·말뿐이다·말만 할 뿐이다·말잔치·입으로·입만·입만 살다·입뿐·입방긋·입벙긋·치레·허튼·헛것·허방·헛꿈·바보·뻥·뻥튀기·부풀리다·불리다·비다·빈말·빈말질·빈말짓·빈말잔치·빈수다·빈소리·빈수레·빈껍데기·빈껍질·빈이름·빈수레가 시끄럽다·텅비다·튀기다·추다·추키다·추켜세우다·치켜세우다 ← 허영(虛榮)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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