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5.

오늘말. 모락국수


어린이는 언제부터 손수 살림을 지을까요? 지켜보면 알 테지요. 오늘은 어른 몸이라지만, 처음에는 어린이 몸이던 지난날을 가만히 헤아리면, 예나 이제나 앞으로도 어린이가 언제쯤 세간붙이를 손수 건사하면서 즐겁게 수수살림을 일구는지 알아볼 만합니다. 미역국을 끓이고 된장국을 합니다. 모락국수를 삶고 바로국수를 끓입니다. 말만 많아서야 밥살림도 옷살림도 못 합니다만, 왁자지껄 수다마당을 이루면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온살림을 신나게 할 만합니다. 바다에는 낚싯배가 흐르고, 밭에는 배나무가 서고, 우리 몸에는 든든히 받아들이는 배에 배꼽이 있어요. 모든 말은 씨가 되게 마련이니, 말품새를 추슬러요. 말처럼 글도 씨가 되니까, 글줄 한 마디부터 다듬어요. 말씨란 말씨앗이고, 글씨란 글씨앗이에요. 둘레에서 떠들거나 듣그러워서 일을 하기 어렵나요? 옹글게 일에 마음을 기울이면 우리 마음이 흐르는 소리가 감돌면서 느긋하지 않을까요? 아직 마음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탓에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에 사로잡힌다고 느껴요. 자, 북새통은 그만 쳐다보고 마음밭을 바라봐요. 우리 살림을 들여다보고, 우리 손에 연장을 쥐어요.


ㅅㄴㄹ


시끄럽다·듣그럽다·떠들다·떠들썩하다·왁자하다·왁자지껄·입방아·도마질·말많다·말밥·북새통 ←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


따끈국수·따뜻국수·뜨끈국수·모락국수·바로국수·튀김국수 ← 라면(ラ-メン)


고기잡이배·고깃배·낚싯배·낚배 ← 어선(漁船)


글줄·마디·말마디·말씨·말품새 ← 어구(語句)


세간·세간붙이·세간살이·살림·살림거리·살림감·살림살이·살림붙이·수수살림·여느살림·온살림·쓸거리·연장 ← 가재(家財), 가재도구, 가재용품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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