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


《여자, 사람, 자동차》

 고선영·김지선·나리·소서·하영·해영 글, 새벽감성, 2021.12.10.



늦잠까지 이루지는 않고 새벽에 일어난다. 주섬주섬 짐을 추스르고 빨래를 한다. 해바라기를 한다. 주검터(장례식장)는 왜 다들 땅밑에 둘까? 왜 해도 별도 바람도 눈비도 못 느끼는 굴레에 가둘까? 곰곰이 보면 주검터뿐 아니라 여느 일터하고 배움터도 이런 얼개이다. 우리는 들숲바다를 등진 채 돈을 벌려고 한다. 낮에 햇빛을 보고, 구름이 낀 하늘을 보고, 별이 반짝이는 숨결을 받아들이는 길하고 자꾸 등진다. 밀린 하루쓰기(일기)를 한다. 주검터에서는 바쁘고 지쳐서 하루쓰기를 못 했다. 그래, 서울이건 시골이건 다들 바쁘고 지치니 손수 붓을 쥐어 하루쓰기를 할 짬이 아예 없을 만하겠구나. 《여자, 사람, 자동차》를 읽는다. 숲노래 씨는 앞으로도 쇳덩이를 거느릴 마음이 없지만, 이 나라 한복판에서 온몸을 던져 일하는 사람들로서는 쇳덩이(자동차)를 품고서 스스로 지켜내기도 해야 하는구나 싶다. 쇳덩이 크기로 사람을 가르고, 옷차림으로 사람을 자르고, 얼굴하고 몸매로 또 사람을 나누는 이 죽음사슬에서 홀가분하자면, 어느 모로 보면 쇳덩이를 곁에 둘 만하다. 그러나 꼭 쇳덩이여야 할까? 쇳덩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여겨서 그렇게 더 사슬로 굳어가지 않을까? 쇳덩이를 못 거느리는 이웃을 헤아린다면, 가볍게 걸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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