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선 K-포엣 시리즈 1
고은 지음, 이상화.안선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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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0.14.

노래책시렁 320


《해금강》

 고은

 한길사

 1991.4.30.



  더럼짓으로 이름을 드날리기 앞서까지 ‘고은’ 글은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너무 겉치레에 허울이 짙다고 느꼈어요. 더럼짓이 불거진 뒤 하나둘 헌책집에 나오는 이녁 책을 삽니다. 누가 사주었기에 헌책집에 나올 텐데, 이런 늙은 꼰대가 쓴 글을 엮는 책마을 일꾼이 있으니 놀라울 뿐 아니라, 애써 사읽는 사람이 있어 더 놀랍습니다. 2023년 9월 10일에 〈더스쿠프〉가 “‘성추문’ 고은 시인에게 헌정문집 바친 문단 사람들”이란 글을 띄웠습니다. 이 글이 아니더라도, 숱한 ‘원로작가’와 ‘베스트셀러 작가’와 ‘오월광주 작가’와 ‘작가회의 글바치’ 들이 더럼짓 고은을 치켜세우고 감쌉니다. 《해금강》을 읽는 내내 ‘해금강’이 어디인지 몰랐습니다. 고흥하고 마녘 바다를 나란히 낀 이웃고을 거제 한켠이더군요. 고흥도 여수도 통영도 거제도, 해맑게 새파란 바다를 나란히 품으면서 하늘빛으로 살림을 짓습니다. 서울에서 보자면 ‘끝에서도 더 끝’인 두멧시골이되, 고흥·여수·통영·거제에서 보자면 서울처럼 매캐하고 시끄러운 데야말로 낭떠러지 같아요. 그리고 푸른별 눈으로 보자면 모든 마을은 한복판입니다. 글로 돈·이름·힘을 거머쥐기에 나쁘지 않아요. 눈먼 먹물꾼으로 뒹굴며 바보짓을 하니 딱할 뿐입니다.


ㅅㄴㄹ


지리산 세석평전 철쭉에 파묻혀버려 / 그 누구의 얼굴 하나하나 / 다 미래로구나 / 그것도 통 모르고 / 내 눈동자 그냥 눈부시다니 (세석평전/11쪽)


호사스러이 / 산비둘기 무우국에 / 소주 몇잔 / 이렇게 지리산 한쪽 바라보며 깨달은 바 // 이 나라의 정부보다 / 정녕 이 나라의 술집이 / 훨씬 거룩하구나 / 훨씬 거룩하구나 // 여기 떠나기 싫어 / 납작술집 문지방에 이마 찧어 아프게시리 (구례장터 술집에서/22쪽)


그 아이들은 일자무식으로 지옥이고 / 나는 만권의 책으로 지옥이다 // 이 세상을 니르바나라고 말하는 자 철딱서니 없어라 (글/3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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