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미륵 2023.9.14. 나무.



찾아와 주기를 바랄 수 있어. 찾아와 주니 고마울 만해. 그런데 네가 찾아갈 수 있고, 스스로 기쁘게 지을 만해. 즈믄해(1000년)를 살아내야 미르(용)가 될까? 즈믄길(1000가지 수행)을 갈고닦아야 미르로 거듭날까? 그러면 ‘즈믄’이 뭘까? 손가락으로 가만히 세 보렴. ‘1(하나)’는 곧장 세겠지? ‘10(열)’은 휙 셀 테고. ‘100(온)’을 세기까지는 좀 걸릴 텐데, ‘1000(즈믄)’은 어떨까? ‘10000(골)’을 하나씩 세려면 바보라 일컫지. 그리고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옛말이 있단다. 곰곰이 보렴. ‘즈믄’이란, “셀(헤아릴) 길을 넘어서는 첫머리”야. “셀 길을 넘기”에, 넌 스스로 ‘즐거울’ 수 있어. 웬만한 나무는 몸뚱이만으로도 ‘즈믄해’를 가볍게 살아. 너희는 어떤 몸이니? 너희는 나무처럼 돌처럼 바다처럼 바람처럼, 가없이 살아내고 숨쉬는 몸으로 나아가도록 스스로 빛내니? 즐거운 사람은 ‘즈믄몸’일 수 있어. 즐겁지 않으니 ‘즈믄얼’을 몰라. 즐겁게 노래하고 놀이하는 하루에는 ‘멍·생채기·아픔·죽음’ 따위가 끼어들지 않아. 안 즐겁고 노래도 놀이도 없이 쳇바퀴를 돌기에 ‘병원·학교·정부·책·영화·스포츠·부동산·재산·자가용’을 거느리더라도 ‘멍·생채기·아픔·죽음’에 휩싸이지. 너는 무엇을 보려 하니? 저 먼 곳에서 찾아와서 베풀어 줄 ‘미륵’을 기다리니? 네가 스스로 ‘미르’요 ‘미륵’인지 못 알아보겠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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