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자전거로 2023.8.23.물.



제 다리로 걷는 사람은 제 몸으로 해와 바람을 느껴. 제 발로 두바퀴(자전거)를 구르는 사람은 제 몸으로 하늘과 길을 느껴. 쇳덩이(자동차)에 몸을 싣는 사람은 빨리 가는지 늦게 가는지 따지지. 넌 ‘어디로 가려는 뜻’이니? 넌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려는 뜻’이니? 넌 ‘오늘 하루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어디로 가는 길에 무엇을 하려는 뜻’이니? 두바퀴를 달리면, 두다리로 걸을 적보다 빠른 듯싶지. 그런데 ‘빨리’ 갈 뜻이면 쇳덩이에 몸을 실으면서 해랑 바람을 잊어버리면 돼. 그저 ‘빨리 어느 곳에 가려는 뜻’에다가 ‘빨리 가서 어느 일을 잘 하려는 뜻’이라면, 넌 쇳덩이에 몸을 싣고서 거의 쇳덩이에서 하루를 보내겠지. 길을 나서고서 두다리나 두바퀴로 움직인다면, 두다리에 두바퀴로 ‘빨리 가려는 길’이 아닌 ‘하루를 살면서 가는 길’이라면, 모든 길에서 모든 춤과 노래로 어우러진 모든 이야기와 말을 들을 수 있어. ‘빨리’를 바라기에 ‘빠져들’어. ‘빠져들’기에 둘레를 안 봐. 둘레를 안 보는데 꿈이 아닌 ‘빨리’에 얽매이니, 스스로 허덕이는 줄 모르면서 그저 내달려. 그저 내달리느라 스스로 활활 태우고, 어느새 커다랗게 집어삼킬 듯한데, 온기운을 ‘빨리’랑 ‘빠져들기’에 쏟아서 내달렸기에, 이내 잿더미로 바뀌지. 꿈이 없기에 빠져들어. 꿈이 있기에 사랑하지. 두바퀴를 달리며 서두른다면, 두다리로 걸으며 다그친다면, 똑같이 ‘빨리’로 빠져서 타버린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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