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눈이 돌아가다 2023.8.4.쇠.



숲을 사랑하는 사람은 눈이 돌아가지 않아. 숲을 사랑하니 숲을 돌아보고 둘러본단다. 숲을 안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눈이 돌아가. 풀과 꽃과 나무를 두루 보는 사람은 느긋하고 넉넉하고 너그럽단다. 그래서 허튼말에 안 넘어가고 꼬임말을 물리쳐. 풀꽃나무를 안 보는 사람은 달콤하게 뭔가 얻을 수 있다면 곧장 눈이 돌아가서 허튼말에 넘어갈 뿐 아니라, 그이 스스로 다른 허튼말을 쏟아내지. ‘숲을 사랑하는 사람’한테 “숲을 사랑하라!” 하고 얘기하면 빙그레 웃어. ‘숲을 안 사랑하는 사람’한테 “숲을 안 사랑하는군요!” 하고 말하면 “그깟 숲이 뭐?” 하면서 골을 부려. ‘숲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돈·이름·힘에도 넘어가지 않지만, ‘숲을 안 사랑하는 사람’은 돈·이름·힘에 늘 눈이 돌아가니까, 스스로 숨결을 갉아서 죽어가는 줄 못 느끼지. ‘눈이 돌아간 사람’한테 무슨 말이 먹힐까? 너부터 알 텐데, 아무 말이 안 먹혀. ‘눈이 돌아간 사람’은 쳐다보지 말고, 말을 섞지 마. 넌 그저 ‘네가 살아가는 숲을 사랑하면서 돌보’면 돼. 어느 풀꽃나무도 사람들한테 “제발 숲을 사랑하라구!” 하면서 다그치거나 울지 않아. 그저 푸르게 춤추고 노래하는 하루를 그리고 짓고 누리고 나눈단다. 숲을 사랑하고 돌아보는 너는, 그저 푸르게 마음을 가꾸렴. 말빛을, 몸빛을, 눈빛을 푸르게 다독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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