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미리내 2023.6.19.미리내.



낮에 해를 쬐는 사람은, 햇볕·햇빛·햇살에 햇내음·햇소리·햇기운으로 넉넉한 줄 느끼고 알아. 이 해를 고루 듬뿍 받아들이기에 늘 튼튼하면서 싱그러운 줄 느끼고 알기도 해. 낮이어도 해를 안 쬐는 사람은, ‘해랑 얽힌 말 이름’도 모르고, ‘하늘·하나·하얗다’나 ‘맑다·밝다’가 ‘해’랑 맞닿으면서 쓰는 줄 어림조차 못 해. 그러면 보렴. 밤에 별을 안 보는 사람은 ‘밤빛’도 ‘별빛’도 모를 테지. 별을 안 바라보기에 ‘별’하고 얽힌 ‘벼르다·베다·벼락·번쩍·반짝’을 모를 테고, 밤하고 만나는 ‘밝다·바다·바람·바탕’을 모를 뿐 아니라, 낮에 보는 ‘해’랑 이어가는 ‘하다·해보다’를 생각은커녕 느끼지조차 않아. 별을 안 보고 안 느끼니 미리내(은하수)가 늘 드리우는 줄 아예 모르고, 먼나라 얘기로 여기고 말아. 그런데 너희 몸이 바로 “별 하나”이면서 “가득한 별”인 미리내란다. 너희는 스스로 ‘사람’이자 ‘알(씨앗)’이고 ‘별’이자 ‘미리내’요 ‘누리(우주)’란다. 어느 하나면서 모든 빛이야. 너희가 저마다 스스로 빛이니, ‘눈빛’이 밝거나 어두워. 너희가 누구나 스스로 빛이니, ‘살림빛’을 일구거나 죽음수렁을 뒤집어써. 너희는 서로 비추는 거울이고, 서로 마음이 비치는 사이야. 너희 숨빛이 너희를 살리면서 이웃을 살리고, 이웃 숨빛이 너희를 살찌우면서 마을과 이 별을 함께 살찌우는 얼거리야. 하늘을 볼 줄 알기에 ‘하나이면서 함께인 숨빛’을 나누는 낮해로 만나고 밤별로 마주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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