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황무지 2023.6.21.물.



“거칠고 말라서 씨앗이 싹트지 않아 숨결이 자라거나 살아갈 수 없는 땅”을 한자말로 ‘황무지’라 한다지. 곰곰이 보면 빙 둘러서 가리키는 셈이야. ‘빈터’나 ‘죽음터’나 ‘잿터’라 하면 바로 느끼고 알 만하지 않겠어? 왜 있는 그대로 가리키거나 듣거나 마주하려 하지 않니? 꺼풀을 씌울수록 참하고 멀어. 겉을 치워야 속으로 차오르지. 꺼풀·겉·허울에 마음을 쏟으니, 속으로 스며서 자라는 기운이란 없이, 겉모습만 자꾸 매만지느라, 오히려 겉이 낡아가지. 겉으로 반드레하더라도 씨앗이 싹틀 수 없어. 씨앗은 흙을 품고서 깊이 스미고 싶거든. 뿌리를 죽죽 내리면서 줄기를 올리니, 속이 메마른 죽음터(황무지)는 푸른길하고 멀어. 씨앗이 어느 곳에서 깨어나는지 살펴보렴. 네가 살아갈 곳은 나무씨앗이 싹터서 자라는 곁에서 스스로 꿈씨앗을 틔울 만한 빛살이 있어야겠지. 또는 네가 일부러 죽음터(황무지)에 집을 짓고서 ‘살림터’를 바꿀 수 있어. ‘이미 잘 갖춘 숲’도 살아갈 만하고, ‘아무것도 없구나 싶은 죽음터’여도 네 숨빛으로 몽땅 바꿔낼 만하단다. “잘 갖춤 = 좋음”이요 “아무것도 없음 = 나쁨”으로 여겨 버릇하는 나라(사회·학교)야. 너는 ‘겉’이 아닌 ‘속’을, ‘오늘 겉모습’이 아닌 ‘앞으로 깨어날 씨앗으로 푸르게 이룰 숲’을 그리기를 바라. 네가 손들고 떠나기에 죽음터로 달려간단다. 네가 웃고 춤추며 지내기에 살림터로 피어나. 네가 가꾸고, 네가 바꾸고, 네가 일구어서, 네가 품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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