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아기를 업은 2023.7.22.흙.



아기를 업은 사람을 보았니? 요즈음 너희 나라는 아기를 업거나 안는 사람은 드물고, 으레 수레에 태워서 끌더라. 아기는 수레가 즐거울까? 아니면, 아기는 업힌 등이나 안긴 가슴이 즐거울까? 너 스스로 아기 마음이 되어 살필 수 있을까? 갓 태어난 아기가 어버이 품이나 손길이나 숨결을 누리지 못 하면서 수레에 눕거나 앉은 채 울퉁불퉁한 길에 덜덜 떨리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면 즐거울까? 아기를 업은 사람은 아기를 돌아보면서(돌보면서) 스스로 돌아본단다. 아기처럼 안기며 자라던 옛모습과 하루를 돌아보고, 오늘 여기에서 아기를 안고 돌보는(돌아보는) 스스로를 돌아본단다. ‘돌아보다 = 돌보다’인데, 아니? ‘보살피다 = 보다 + 살피다’야. ‘아기보기 = 아기 + 보다’이지. ‘눈’으로만 지켜보는 품이 아닌, 마음으로 마주보고, 사랑으로 살펴보는 길이요 하루에 삶이라 ‘봄·아기보기·돌봄·보살핌’이란다. 자, 이 아기를 보고, 네 마음을 보렴. 아기를 어떻게 업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네가 예전에 아기 몸을 입고 자라던 무렵을 떠올리렴. 네 몸·마음에는 ‘아기로서 업힌 품’이 깃들었단다. 이 몸자국·마음자국을 되새겨서 ‘아기를 업는 품’으로 돌리면 돼. 아기를 낳기에 ‘아기 업기’를 알지 않아. ‘아기로 태어나서 사랑받은 숨빛’을 생각하기에 아기를 업을 줄 알지. 누가 알려주기에 아는 사랑이 아니거든. 스스로 빛나는 사랑이고, 스스로 길어올리고 스스로 밝혀서 스스로 노래하는 사랑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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