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문화예술 2023.7.14.쇠.



지을 마음인 사람은 집을 이뤄. 지을 마음이지 않은 사람은 짐을 쌓고 챙기고 움켜쥐지. 지을 마음인 사람은 스스로 그리고, 스스로 가고, 스스로 살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나누고, 스스로 노래하기에, 스스로 펴서, 스스로 일어서. 지을 마음이지 않은 사람은 짐을 잔뜩 만드니까, 스스로 지치고 따분하고 고단하다가 힘이 빠져. 지을 마음이 아니기에 남이 이뤄놓은 것을 구경하면서 고르지. ‘짓는 품·겨를·마음·몸’을 들이지 않으니, ‘짐이 쌓일’수록 무겁고 바빠. 짐을 자꾸 쌓으니까 걸을 수 없고, 달리지 않고, 춤을 안 추니, 어느새 웃음을 잃어. 지을 마음이 없는 길에는 지긋지긋 질리는 마음이 쌓이기에, 자꾸 ‘다른 구경거리’로 눈을 돌린단다. 지을 마음인 사람은 늘 제 마음을 즐겁게 바라보니, 홀가분하게 날아다녀. 지을 마음인 사람은 둘레를 즐겁게 살펴보니, 반갑게 맞이한단다. 지을 마음은 지긋이 자라나서 짙푸르게 물드는 숲으로 너울거리지. 남이 해놓은 대로 구경하는 길이 ‘문화예술’일 수 없어. 스스로 지어 스스로 빛내기에 ‘문화예술’이야. 투박하다면 투박하기에 즐거이 빛나. 수수하다면 수수히 빛나. 언제나 스스로 하나씩 지어서 스스럼없이 둘레에 나누기에 살림빛(문화예술)일 만해. 누가 가르쳐야 하지 않고, 목돈을 들여 꾸며야 하지 않아. 꾸미고 내세우고 자랑하면서 ‘문화예술’이라 여긴다면, 사람들을 꽁꽁 가두어서 눈을 가리고 귀를 닫으려는 뜻이야. 모든 나라(정부)는 ‘살림’을 밟고 ‘문화예술’을 키운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