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부들부들 2023.4.12.물.



바람이 세다면서 부들부들 떨고, 밉거나 싫거나 거북하거나 괴로워서 부들부들 떤다더구나. 그러면 못가나 물가나 도랑에서 껑충 키로 자라는 ‘부들’을 보겠니? ‘부들’은 “부들거리는 빛”일까? 아니면 ‘부드럼빛’일까? 소리로는 ‘부들·부들부들’이되, 네가 스스로 바라보거나 받아들이는 결에 따라서 하늘땅처럼 다르단다. 넌 부들거리겠니? 넌 부드럽겠니? 부들거리는 몸짓이나 말씨·글씨는 살림길이겠니, 죽음길이겠니? 부드러운 몸짓과 말씨·글씨는 살림길하고 죽음길 가운데 어느 쪽이겠니? 그리고 ‘붓’은 ‘부들’하고 ‘부드럼’ 가운데 어느 쪽일까? 콩씨나 볍씨를 부들거리는 손이나 마음으로 심으면 제대로 싹트거나 뿌리내릴까? 콩씨·볍씨·꽃씨·나무씨를 부드러운 손에 마음에 눈빛에 사랑으로 심기에 제대로 싹트면서 뿌리내릴 테지? 이런 이야기는 이미 다 알아? 다 아는데 굳이 들려주는 셈인가? 너 스스로 처음부터 다시 살피기를 바라. ‘네가 예전에 이미 들은 얘기’라고 하더라도 네가 이 얘기를 바라보고·바로보고·받아들인 새 삶·살림·사랑이 아니라면, 넌 ‘아직 안 듣고 안 하고 모르는’ 채라고 할 만해. 이 얘기를 들은 바 없더라도 ‘부들질’이 아니라 ‘부드럼빛’으로 하루를 그리고 누리고 짓는 ‘붓길’이라면, 넌 남한테서 듣거나 배운 적이 없더라도 스스로 눈뜨고 깨어나는 길일 테지. 망설이거나 힘들 적에 ‘부들’을 떠올리렴. 미움이나 싫음이나 부아나 짜증이 막 생기려 할 적에도 ‘부들’을 떠올리렴. 부들부들 떨겠는지 부드럽게 춤추겠는지 스스로 가누렴. 좀 떨어도 돼. 망설이거나 흔들려도 돼. 그저 ‘사로잡히지 않는’ 날갯짓이면 돼. 네 몸에 있는 날개를 느껴 봐. ‘붓’으로 그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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