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 3형제 방랑기 사계절 그림책
신동근 지음 / 사계절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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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7.11.

그림책시렁 1237


《잘만 3형제 방랑기》

 신동근

 사계절

 2019.7.8



  《잘만 3형제 방랑기》는 ‘오늘날에 딱 맞춤한 옛이야기를 맛깔나게 비틀고 버무린 그림책’이라고 하는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다만, 이 그림책에 드러나는 멧골에 ‘나무가 없거나 드문 모습’은 오늘날에 대면 그대로 들어맞는구나 싶을 뿐입니다. 옛날 옛적은 온누리가 ‘숲’이었는데, 숲을 이룬 멧골을 보거나 겪거나 누린 적이 없으면, 멧자락도 나무도 그림으로 못 담습니다. 풀꽃나무하고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서 풀꽃나무를 그리지는 못 하거든요. 지난날에는 ‘사람 사는 마을’이 아주 작았고, 뭇새가 한껏 어우러졌고, 온갖 풀벌레에 들짐승이 같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을 들추면 그냥그냥 ‘오늘날 서울 한켠’ 같은 얼거리입니다. 옛이야기를 ‘비틀어’서 ‘서울맛’을 내는 그림책이 나쁠 일은 없습니다만, 저마다 다른 아이들이 저마다 다르게 꿈을 품고서 저마다 다르게 삶을 지은 숨결을 헤아리지 않고 ‘비틀’기만 할 적에는 무슨 줄거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버무림’하고 ‘얼버무림’은 다릅니다. 얼렁뚱땅 짜맞추는 옛이야기로 가볍게 웃기는 틀을 짤 수 있습니다만, 삶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스스로 배우는 숨결이 없다면, 한갓 붓재주에 그칠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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