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물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2023.6.30.

그림책시렁 1255


《눈, 물》

 안녕달

 창비

 2022.6.10.



  어릴 적 우리 집은 넉넉하지는 않아도 넷이서 두런두런 살아갈 만했지 싶습니다. 몸이 무너져 쓰러진 할아버지까지 다섯이어도, 어느새 잔소리는 한 마디도 못 하는 할머니까지 여섯이어도, 13평 집에 거뜬히 함께 자고 먹고 어울릴 만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어릴 적부터 ‘어떠한 사랑도 못 받았다’고 여기셨는지 두 분을 거들떠보지 않았어요. 이뿐 아니라 날마다 밤 두어 시가 되어야 집에 들어와서 언니랑 저를 깨워 “가장이 들어오는데 벌써 자! 안 기다리고 자다니 말이 돼!” 하면서 온마을에 술지랄을 했습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눈을 감고 저승으로 떠나기 앞서,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고 나즈막히 읊었습니다. 누구한테 읊는 혼잣말이었을까요. 《눈, 물》을 읽었습니다. 아이는 모두 사랑받아 태어납니다. 어버이는 아이를 낳으면서 아이한테서 사랑빛을 받습니다. 아이는 ‘잘’ 키워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길을 엽니다. 사랑이란, ‘더 많은 돈’이 아니고, ‘집안 지키기’가 아니고, ‘핏줄 잇기’가 아닙니다. 우리 집 두 아이한테는 동생이 둘 있으나, 모두 몇 달 못 살고 떠났어요. 무화과나무 곁에, 유자나무 곁에 깃든 둘은 마음으로 하나입니다.


감동과 눈물을 짜내지 않아도 된다.

삶을 말하면 되고,

서울을 떠나면 된다.

시골에서 숲을 품고서

멧새노래를 누리는 하루이면

누가 누구를 지켜야 할 까닭도 일도 없이

날마다 새롭게 사랑이다.

아쉬운 그림책.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