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26.


《비탈의 사과》

 연왕모 글, 문학과지성사, 2010.9.17.



비가 그쳤다가 오다가, 쏟아졌다가 마르다가, 흩뿌리다가 쏟아지다가,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비를 하염없이 보다가 어릴 적 비를 떠올린다. 어릴 적에 보던 비는 오락가락하는 일이 드물었다. 오면 쫙 오고서 그쳤고, 가랑비이면 내내 가랑비이다가 멎었다. 오늘날 비는 으레 오락가락 모습이다. 우리 삶터가 오락가락처럼 허둥지둥이거나 마구잡이인 터라, 비도 이러한 터전을 맑게 씻어내려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을 만하다. 사이사이 멧새노래에 풀벌레노래에 개구리노래가 흐른다. 요즈음은 빗물도 치우고, 숲노래 책숲에 쌓은 묵은짐을 하나씩 들추면서 갈무리하는 나날이다. 고인 빗물은 두 아이가 밀걸레질을 해준다. 《비탈의 사과》를 읽었다. 요새는 이렇게 써야 ‘시·문학’으로 여기나 하고 새삼스레 곱씹는다. 그렇지만 숲노래 씨는 ‘시·문학’을 할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다. ‘노래’를 하고 ‘이야기’를 할 마음뿐이다. 따로 ‘글’을 쓴다는 마음이 아닌, 이 삶을 ‘말’로 옮겨서 이웃하고 나눈다는 마음일 뿐이다. 젊은 이웃도 나이든 이웃도 ‘시·문학’이라는 허울이나 치레가 아니라, ‘노래·이야기’라는 꽃에 열매에 별빛을 품을 수 있기를 빈다. 노래하고 이야기하면 스스로 빛난다. 시나 문학을 하니까 망가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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