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6.11.

오늘말. 흩뿌리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얘기합니다.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 때문에 낯을 살피지 않아요. 나래이름처럼 나래를 달고 훨훨 날아오를 가볍게 바람을 싣는 즐거운 마음을 나누려고 마주보면서 생각을 들려주고 듣습니다. 가까이에서 소리치면 귀가 따갑습니다. 미처 몰랐던 일을 알려주니 고맙습니다. 자주 보기 어려운 사이라 글월을 띄우고, 예전에 받은 글월을 이따금 꺼내면서 둘 사이에 흐르는 마음을 되새깁니다. 안개비가 흩뿌리는 날에는 작고 하얗게 퍼지는 이 기운을 하나하나 맞아들입니다. 가랑비가 적시는 날에는 풀잎마다 맺는 이슬 같은 빗방울을 하나하나 보다가 슥 빗물을 훑어서 마십니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에는 물보라처럼 뿜는 빗발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면서 웃음을 터뜨립니다. 어떤 빗줄기도 뻐기거나 우쭐대지 않아요. 하늘을 씻고 땅을 살리는 빗살은 푸른별을 가꾸는 노릇을 하지만 자랑을 안 해요. 우리는 꽃낯일까요?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몰골일까요? 얄궂은 꼴이나 고약한 꼬라지로 짓궂은 뒷짓을 일삼지는 않나요? 왁자지껄 떠들어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오직 사랑으로 올리는 숨결을 혀에 얹어서 가만히 말할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낯·쪽·얼굴·모습·몰골·겉·겉멋·꼴값·낯값·꼴·꼬라지·꼬락서니·꽃낯·꽃얼굴·날개·나래·날개이름·나래이름·자랑·우쭐대다·뻐기다·콧대 ← 가오(かお)


물뿜개·물보라·뿜다·내뿜다·뿌리다·흩뿌리다·흩어지다·쏟아지다·솟다·솟구치다·샘솟다·치솟다 ← 분수(噴水)


말하다·밝히다·가로다·떠들다·보여주다·꺼내다·들려주다·얘기하다·내다·내놓다·나오다·나가다·띄우다·부치다·싣다·선보이다·터뜨리다·알려주다·알리다·올리다·하다·외마디·한마디·혀를 놀리다·외치다·소리치다 ← 발표(發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