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36 기억 2023.5.3.



마음이 떠나고 나면

어쩐지 떠오르지 않고

마음이 따뜻이 피면

하나둘 떠올라 새록새록


마음이 죽어갈 때면

도무지 생각이 없고

마음이 살아날 적에

도로롱 생각이 솟아


아프고 슬프고 괴로워

멍울로 흉으로 새겼어

기쁘고 반갑고 흐뭇해

볼우물 눈웃음 되새겨


하나씩 적어 볼게

찬찬히 담으려 해

어제도 오늘도 이 마음을

돌아보고 돌이켜서 또렷이


ㅅㄴㄹ


‘기억(記憶)’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을 가리킨다고 해요. 우리말로는 ‘생각하다·생각나다’나 ‘떠올리다·떠오르다’입니다. 물에 떠서 올라오듯, 마음이나 머리에 떠서 올라오듯 나타나는 일·말·이야기이기에 ‘떠올리다’라 해요.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싶으면 ‘담’습니다. ‘새기’기도 하고 ‘남기’기도 합니다. 두려 하기에 ‘두다’란 말로 나타내고 ‘되새기다·되돌아보다·되살리다·되짚다·되씹다’처럼 ‘되-’를 붙여 이모저모 살피곤 합니다. 그리고 ‘간직’합니다. ‘건사’합니다. ‘돌아보’거나 ‘그리’기도 하고, ‘품’기도 합니다. ‘품다’라는 낱말은 “품에 있도록 하다”를 가리켜요. ‘품’이란 푸근하게 안으면서 풀어주는 넉넉한 곳입니다. 어버이가 아기를 품고, 어미 새가 알을 낳아 둥지에 품어요. 온누리를 푸르게 덮는 풀은 풀어주면서 품는 숨결이기도 합니다. 즐거운 날이나 일이나 이야기는 언제나 새롭게 빛나도록 품고 담고 남기고 떠올리고 되새깁니다. 안 즐거워 서운하거나 섭섭하거나 싫거나 밉던 모든 날과 일과 이야기는 찬찬히 다독여 이슬방울 같은 눈물꽃으로 피어나도록 추스릅니다. 오늘부터 한 걸음씩 다시 내딛으며 어제를 생각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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