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개의 날 3
김보통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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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2023.5.25.

만화책시렁 542


《DP 개의 날 3》

 김보통

 씨네21북스

 2015.12.19.



  조금씩 바뀝니다만, 그리 멀잖은 지난날까지 싸움터(군대)에 끌려가는 사내는 ‘사람 아닌 개’로 뒹굴었습니다. ‘개’를 하찮게 보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참말로 싸움터에서는 모든 젊은 사내를 ‘개○○’로 부릅니다. 하루에 ‘개○○’란 말을 100판쯤 듣지 않으면 어쩐지 뭔가 빠진 듯하다고 느낄 만큼입니다. 훈련소에 들어가는 날 ‘주민등록증’을 빼앗기고, 그곳을 벗어나는 마지막날 돌려받습니다. ‘수험생·죄수·군인’, 이렇게 세 갈래 사내는 ‘빡빡머리’입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말고, 위에서 힘꾼(권력자)이 시키는 대로 종살이(노예생활)를 하라는 뜻입니다. 《DP 개의 날 3》을 읽었습니다. ‘달아난 이’를 붙잡는 싸울아비를 새삼스레 느낍니다. 예전에 얼핏 ‘땡보직’ 가운데 하나라던 그들(디피)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들(디피)도 고단한 종살이였을 텐데, ‘개○○’ 소리를 들으며 날마다 끝없이 얻어맞고 구르고 노리개(성폭력)로 시달리다가 마침내 펑 터져서 달아난 이들을 붙잡는 자리에서는 ‘주먹질·막말질·노리개질’에 다시 끝없는 ‘걷기(행군)·굴리기(훈련)·걸레질(청소)’을 알 턱이 없겠지요. 못 그린 줄거리는 아니되, 어쩐지 힘빠집니다. ‘땅개’를 땅개로 그릴 붓은 없는가요?


ㅅㄴㄹ


“엄마, 나 이렇게 만든 새끼가 장교야. 재판하는 새끼도 장교고. 그리고 나는 관심병사야.” (49쪽)


“애 쉬라고 해놓고 니가 왜 걔 자지를 만지고 있는 건데?” “에이, 제가 왜 만집니까. 안마해 주고 있었지 말입니다. 희범아, 안 그러냐?” (120쪽)


“소대장님이 꽃배추 심으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근무자 빼고 소대인원 전부 꽃배추 심으러 가고 있습니다.” “꼬옻배애추우? 그걸 왜 심어? 이제 겨울인데?” “그게 겨울에도 예쁘게 핀다고 해서 말입니다.” “옘병, 꽃배추 심으면 북한놈들 미사일이 비켜서 가는 줄 아나. 하튼 씨발 간부 새끼들은 하루 종일 앉아서 쓸데없는 짓거리만 생각한다니까.” (197쪽)


“군대라는 곳이, 그런 이유로 사람이 죽어도 되는 곳은 아니잖아요.” (238쪽)



《DP 개의 날 3》(김보통, 씨네21북스, 2015)


그저 조용히 경멸의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 그저 조용히 비아냥으로 볼 뿐이었다

→ 그저 조용히 빈정거리며 볼 뿐이었다

4쪽


생긴 게 억울하다고 관심사병이 됐어

→ 못마땅히 생겼다고 못난이가 됐어

→ 깝깝하게 생겼다고 얼뜨기가 됐어

48쪽


인수인계 해야 하는데 못 잡으면 가오가 안 서니까 정말 토 나오게 쫓았다

→ 건네줘야 하는데 못 잡으면 낯이 안 서니까 참말 멀미 나오게 쫓았다

→ 물려줘야 하는데 못 잡으면 쪽이 안 서니까 참말 넌더리 나게 쫓았다

73쪽


촌구석이라서 뭐 불심검문을 받을 일이 있나

→ 시골구석이라서 뭐 몸뒤짐을 받을 일이 있나

→ 시골이라서 뭐 마구잡이를 할 일이 있나

109쪽


소원수리가 하고 싶어? 그러면 내가 확실한 방법을 알려줄게

→ 하소연이 하고 싶어? 그러면 내가 좋은 길을 알려줄게

→ 소리를 내고 싶어? 그러면 내가 똑똑히 알려줄게

→ 외쳐 보고 싶어? 그러면 내가 틀림없이 알려줄게

142쪽


탈영은 공소시효가 없어요?

→ 달아나면 끝이 없어요?

→ 나가면 마감이 없어요?

155쪽


돌아갈 차비가 없다

→ 돌아갈 길삯이 없다

→ 돌아갈 길돈이 없다

17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관심사병’을 만든 놈은

장교나 하사관이나 행보관이나 고참이나 동기

그들뿐 아니라,

무엇보다 ‘별 단 장군’에

‘대통령’과 모든 정치인에

이 나라(정부)이고,

군대에 군수품을 대며 눈먼돈을 긁어모으는

숱한 재벌기업이다.


그리고 이런 군대가 있어야

평화를 지킨다는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바로 우리 스스로’가

모든 젊은 사내를 바보로 만들고 바꾸고야 만다.


이 만화책은 

이 대목을 좀처럼

제대로 못 그리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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