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30.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주디스 커 글·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7.5.20.



뒤꼍에서 쑥을 한 줌 뜯는다. 이제 쑥잎이 손바닥 길이만큼 자란다. 톡톡 훑는 손에 쑥내음이 번진다. 쑥국을 끓이려고 훑는 쑥인데, 밥으로 안 삼고 살살 쓰다듬기만 해도 쑥빛이 온몸으로 스민다. 입을 거쳐 먹을 적에도 봄빛으로 물들일 수 있고, 눈으로 바라보고 손으로 어루만지고 마음으로 아낄 줄 안다면, 밥을 안 먹어도 누구나 넉넉하면서 배부를 만하다.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오려 했는데, 오늘 따라 시골버스가 ‘7분만 늦게’ 오는 바람에 놓친다. 으레 ‘12∼18분씩 늦게’ 오는 시골버스라서 느긋이 움직였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를 돌아본다. 영어 이름 “My Henry”를 바꾸었는데, 설마 속글까지 슬그머니 바꾸지 않았으려나? “우리 헨리” 그대로 옮기는 길이 가장 낫고, “우리 사랑”으로 옮겨도 어울린다. 먼저 떠난 사랑짝을 그리는 마음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할머니는 ‘꿈’을 ‘그리는’ 하루를 누린다. ‘생각나래’를 펴면서 ‘홀가분’히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논다. 할아버지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할머니 마음을 가만히 읽으면서 삶빛을 달래는 하루를 나누는 얼거리를 흩뜨리는 옮김말이다. 제발 바보짓을 안 하기를 바란다. 죽음은 나쁜 것이 아닌, 그저 몸을 내려놓고서 떠나는 새길일 뿐이다.


#JudithKerr #MyHenry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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