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일생
양성우 지음 / 일송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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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5.2.

노래책시렁 307


《겨울 공화국》

 양성우

 실천문학사

 1977.8.30.



  누가 노래하는가 하고 돌아보면, 노래하고 싶은 한 사람에, 노래를 터뜨려야 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나 노래할 수 있습니다. 시골놈이라 노래 못 할 까닭이 없고, 서울놈이라 노래 안 할 까닭이 없습니다. 《겨울 공화국》을 되읽다가 생각합니다. 함평도 광주도 아닌 서울에서 오래 살다가, 이제는 서울 기스락에서 눌러살아가는 글길이라면, 예전에 읊던 “서울놈들, 여우같은 서울놈들 몰려 내려와”를 뒤집어 “시골놈들, 곰같은 시골놈들 몰려 올려와” 하고 노래할는지요? 1975년부터 2023년까지 짧지 않은 나날입니다. 이동안 글쓴이는 숱한 너울을 오갔습니다. 이리 출렁이면서 춤추고, 저리 일렁이면서 일자리를 얻었어요. 이러구러 본다면, 《꽃의 일생》을 노래하기 앞서 ‘○바라기’로 흘러온 이녁 발자취를 가만히 되새길 때일 텐데 싶습니다. 잘 한 일이나 잘 하지 못한 일이 있겠습니까만, 여태껏 잘 한 일이라고만 여긴다면, 글쎄, 바로 이 《겨울 공화국》을 스스로 되비추는 거울로 삼고서 ‘겨울나라’가 참말로 ‘봄나라’가 되었는지, 아니면 ‘봄시늉나라’인지부터 풀어낼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다소곳이 거짓말에 귀기울이며” 살아가는 길은 스스로 눈귀코입을 닫아 꽃하고 등지는 몸짓일 뿐입니다.


ㅅㄴㄹ


여기저기 발끝에 채이며 / 히쭉히쭉 웃는 낮도깨비로 / 내 가슴을 찌른다면 / 나는 몰라 나는 몰라. / 서울놈들, 여우같은 서울놈들 몰려 내려와 / 퍼마시고 오입하고 똥누는 저녁되면 / 나는 몰라 나는 몰라. / 사주팔자에 없는 쵸코바만 빨아대는 계집들같이, / 아아, T.V만 보는 벽창호같이 (光州에 와서/64쪽)


삼천리는 여전히 살기 좋은가 / 삼천리는 여전히 비단 같은가 /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 날마다 우리들은 모른체하고 / 다소곳이 거짓말에 귀기울이며 / 뼈 가르는 채찍질을 견뎌내야 하는 / 노예다 머슴이다 허수아비다 (겨울 共和國/1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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