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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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4.12.

그림책시렁 1214


《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창비

 2022.1.24.



  린드그렌 님이 남긴 글에 그림을 새롭게 얹어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낼 만합니다. 다만, 린드그렌은 이웃나라 사람인 만큼 이녁 책을 우리말로 낼 적에는 옮김말씨를 모조리 뜯어고치거나 알맞게 추스를 노릇입니다. 그런데 린드그렌 님 책을 우리말로 내는 곳 가운데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가다듬는 곳’은 좀처럼 못 봅니다. 우리말씨를 모르는 채 섣불리 자꾸 냅니다. 이미 다른 책에서 읽은 글이기는 하되, 그림책으로 새로 나왔기에 장만해서 되읽다가 얼른 접었습니다. 차마 보아줄 수조차 없는 이런 옮김말을 어떻게 어린이한테 읽히려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그저 린드그렌이기 때문에 훌륭하거나 아름답다고만 여길 수 없습니다. 이웃말을 우리말로 옮길 적에도, 우리말을 이웃말로 옮길 적에도, 모든 나라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릴 노릇일 뿐 아니라, ‘말에 흐르는 삶’과 ‘살림살이랑 사랑을 그리는 말’이 얽히는 자리를 곧게 바라보면서 가꿀 줄 알아야지요. “내 아픈 다리가 엄마를 슬프게 해요”는 무늬만 한글입니다. “엄마는 아주 슬퍼 보일 때가 많아요”도 무늬만 한글입니다. 어린이는 ‘좋은 책’만 읽을 수 없습니다. 어린이는 ‘말’로 삶을 배웁니다. 말로 사랑을 물려주는 넋일 때라야 비로소 어른입니다.


엄마는 아주 슬퍼 보일 때가 많아요

→ 엄마는 자주 아주 슬퍼 보여요

→ 엄마는 슬퍼 보일 때가 잦아요


내 아픈 다리가 엄마를 슬프게 해요

→ 내 다리가 아파 엄마가 슬퍼해요

→ 내 다리가 아파서 엄마가 슬퍼요


그런 이야기는 차라리 안 듣는 게 좋았을 걸 그랬어요

→ 그런 이야기는 차라리 안 들어야 했어요

→ 그런 이야기는 차라리 안 들어야 나아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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