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3.


《불량직업 잔혹사》

 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 글/신두석 옮김, 한숲, 2005.10.7.



바람이 이따금 세게 불지만 비는 멎고 구름이 모두 걷힌다. 하늘이 파랗다. 어느 우체국으로 다녀올까 하다가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에 간다. 낮에는 들에서 바다 쪽으로 센바람이다. 자전거가 휘청거린다. 이제 들길을 걷는 사람조차 손가락에 꼽을 만큼 없는 이 시골길을 휘청휘청 자전거 하나가 조용히 달린다. 꽃내음 가득한 나날이다. 《불량직업 잔혹사》를 읽으며 책이름부터 아쉬웠다. 모처럼 데이비드 윌콕 님 책이 나온 셈이지만, “죽을맛 일거리”라든지 “너무 힘든 일”처럼 속뜻이 제대로 드러나도록 책이름을 붙여야 비로소 이 책이 들려주려는 줄거리에 눈길을 돌릴 이웃이 나타나리라. ‘나쁜일(불량직업)’이 아니다. ‘고된일’이 무엇이었나를 짚는 책이다. ‘나쁜일’이라면 바로 임금(왕)이 아닐까? 나쁜놈이라면 바로 ‘우두머리(지도자)’ 아닌가? 철바람(철갈이바람)은 꽤 세다. 봄마다 가을마다 이 바람이 분다. 우리가 철빛을 스스로 읽으려 한다면 손전화를 끄고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바람을 마시면 된다. 우리가 하루빛을 스스로 느끼려 한다면 책을 덮고서 들꽃을 마주하고 햇볕을 머금으면 된다. 모든 알차고 아름답고 알뜰한 길(지식)은 우리 곁에서 늘 흐른다. 벌나비 날갯짓에도, 개미 발걸음에도.


#TheWorstJobsInHistory #TonyRobinson #DavidWillcock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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