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55 존재



  제가 생각하는 대단한 일은 숨쉬기예요. 늘 마시는 숨이 무엇인가 하고 돌아본 적이 있나요? 우리가 받아들이는 숨이란 하늘을 이루는 바람이고, 이 바람은 온누리를 가볍게 돌고돌아요. 우리는 숨쉬기를 하며 바람쉬기를 하고 하늘쉬기를 하는 삶이에요. 삶을 빛내는 숨결은, 언제나 흐르는 햇볕하고 별빛을 우리가 스스로 받아들이면서 피어나는 줄, 늘 하는 숨쉬기로 새롭게 알아차려요. 둘레에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분이 참 많아요. 네, 이 말마따나 참말로 “시간은 따로 없지”요. “시간이란 존재는 없다”고 해야 맞아요. 그리고 ‘존재’란 일본 한자말도 우리말에는 없어요. 우리말은 ‘있다·임(님)·이제(이때)·일·잇다(이야기)·이(사람)·이빨(나이)·입(옷)·이르다(말하다+닿다+날)·일다(물결)·이루다(짓다)·이다(짐+할거리)’입니다. 누구한테나 언제나 ‘이곳(여기)’이 있습니다. 따로 재거나 따질 때(시간)는 참말로 없습니다. ‘이곳 = 오늘’입니다. 스스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나아가는 오늘(이곳)을 누리기에 “시간이 없어 못 할 일”이란 없어요.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안 하는 일”만 잔뜩 있어요. 이제는 ‘우리말에 없는 존재’도 ‘처음부터 아예 있지도 않던 시간’하고 함께 잊기로 해요. 나를 잃지 말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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