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김장성 지음 / 이야기꽃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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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0.28.

읽었습니다 183



  아이들이 어느 책을 사고 싶다고 할 적에 세 가지로 물어봅니다. 첫째, 어버이 마음으로 아이 마음한테 속으로 묻지요. 둘째, 입을 열어 아이한테 “이 책을 장만해서 무엇을 누리고 앞으로 얼마나 되읽을 만하니?” 하고 묻습니다. 셋째, 아이가 고른 책을 어버이로서 앞으로 얼마나 펼칠 만할까 하고 스스로 묻습니다. 아이들한테 “책집 골마루에 서서 읽고 앞으로 더 볼 일이 없을 책”하고 “우리 집 한켠에 놓고서 자꾸자꾸 다시 읽고 싶을 책”을 헤아려 보라고 얘기합니다. 다만, 이렇게만 얘기하고 ‘어떤 잣대’를 세우면 즐겁거나 아름다운가는 아이들 스스로 짓도록 지켜보기만 합니다.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를 읽었습니다. ‘이야기꽃’에서 펴내는 그림책이 어떤 결인가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왜 더 이야기를 안 하고 맺는지, 왜 아이 눈높이가 아닌 어른 눈높이인지, 왜 꿈길을 사랑하는 살림길보다는 틀(사회의식)이 깊은지, 이제서야 알겠어요. 가르치는 그림책은 갇힙니다.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김장성 글, 이야기꽃, 2022.1.3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훈계나 교육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되,

그림책이란

훈계나 교육보다는

또 주의주장이나 사회의식보다는

또 정치의식보다는


아이로 태어나 어른으로 자라오는 동안

이 삶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스스로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숲빛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씨앗으로 물려준다는

기쁜 눈물웃음이 바탕인

이야기일 적에

비로소 빛나리라 느낀다.


이쪽이어야 옳다고 어른스레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랑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사랑이라면 이쪽도 저쪽도 없다.

사랑은 크거나 작지 않다.


우리나라 그림책이 제자리걸음뿐 아니라

뒷걸음까지 치면서

한켠에서는 캐릭터 장사를 하고

다른켠에서는 훈계와 계몽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림책이 그림책스럽게 꽃피어나는

즐거운 춤노래라고 하는 숨결을

이켠도 저켠도 다 등돌리는구나 싶다.


엘사 베스코브, 윌리엄 스타이그, 

가브리엘 벵상, 이와사키 치히로,

이런 이들은 훈계도 계몽도 사회의식도 없다.

그저 사랑만 있다.


우리나라는 사랑으로 그림책을 여미는

눈길도 손길도 마음길도 없이

저마다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서

저마다 옳다고만 외치는구나 싶다.


그러나

이 모든 틀을 벗으려고 하는

이웃님이 곳곳에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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