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9.


《김지하 시전집 1》

 김지하 글, 솔, 1993.1.5.



의정부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밭짓기를 곁일로 하는 언니하고 밤새 수다를 떨고, 들노래(민중가요)를 가만히 들었다. 언니는 풀죽임물(농약)을 안 쓰시지만 풀뽑기를 하고 비닐은 씌운다. 새벽에 밭자락을 둘러보는데 밭흙이 너무 딱딱하고 허옇다. 손가락으로 땅에 구멍을 못 낼 뿐 아니라, 나뭇가지나 돌로 긁어도 흙을 못 벗긴다. 메말라 죽어가는 흙이기에 따로 죽음거름(화학비료)을 줄 수밖에 없고, 날카로운 삽(경운기)으로 파헤치며 뒤집어야 할 테지. ‘잡초·약초·야생초’는 똑같은 풀을 다르게 가리키는 일본스런 한자말 이름이다. 풀을 ‘풀’로 여기지 못 하면, 몸이며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지 못 한다. 수유 〈테레사 그림책방〉에 찾아갔는데 오늘 마침 안 연다. 책집 손잡이에 노래꽃을 옮겨적어서 걸친다. 고속버스나루로 전철을 타고 간다. 맞이칸 걸상에 몸을 기대어 두 시간 남짓 졸며 자며 기다린다. 고흥으로 돌아와 풀벌레노래를 듣는다. 별빛이 쏟아진다. 《김지하 시전집 1》을 오랜만에 새로 읽었다. 김지하 님은 뒤집기(변절)를 하지 않았다. 뒤집기(변절)를 몰래 하고서 검은돈·검은힘을 움켜쥔 이들이 김지하 님한테 덤터기를 씌웠다. 숲을 바라보지 않고서 ‘친환경·그린’을 읊는 이는 다 눈속임꾼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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