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짱과 고양이 사노 요코 그림책 1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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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0.16.

그림책시렁 1073


《수짱과 고양이》

 사노 요코

 황진희 옮김

 길벗어린이

 2022.9.25.



  아이는 즐겁게 맨몸으로 구르고 뛰놉니다. 아이는 빼앗기지 않고 빼앗지 않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스스럼없이 주거니받거니 홀가분하게 노래합니다. 손에 쥐기에 내 몫이지 않고, 손에 없기에 빈털터리가 아니거든요. 맨발로 걸으면서도 놀이요 노래가 나옵니다. 맨손으로 나무를 타면서도 웃고 춤춥니다. 아이가 동무한테서 뭘 빼앗는다면, 어른 흉내입니다. 빼앗고 뺏기는 어른살이를 보았으니 빼앗고 뺏깁니다. 다만 아이들은 처음 보면 무엇이든 만지고 싶고 입에 넣고 싶고 같이 있고 싶어요. 아이들이 새로운 곳에 달려가서 들여다보고 손을 뻗는 뜻은 ‘새로 받아들이기’일 뿐, ‘빼앗기·다툼’이 아닙니다. 《수짱과 고양이》는 서로 다르지만 ‘아이라는 대목에서는 나란한’ 둘이 둥글둥글 지내는 이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둥글둥글 동글동글 모가 나지 않기에 동무입니다. 무엇이든 해보고 싶을 뿐 아니라, 아쉽다는 티끌을 안 남기는 아이입니다. 혼자 소꿉놀이를 하면서, 둘이 살림놀이를 하면서, 천천히 자라고 마음에 사랑이 싹틉니다. 그나저나 일본 이름 ‘수짱’을 그대로 써도 되나, 우리 이름이라면 ‘수야’입니다. 우리는 ‘-아’나 ‘-야’를 붙여요. 그리고 ‘아래·것·위·있다·었’ 같은 말씨는 가다듬기를 바라요.


ㅅㄴㄹ


‘아래·밑’을 가려서 쓸 노릇이다. 어른책뿐 아니라 어린이책은 더더욱 두 낱말을 제대로 써야겠는데, 이 그림책에서는 ‘바닥·하늘’이나 ‘밑·위’로 추슬러야지 싶다. 일본 한자말 ‘산보’를 ‘산책’으로 옮겨도 우리말은 아니다. ‘걷다·거닐다’나 ‘마실·나들이’나 ‘바람쐬기’로 고칠 노릇이다.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없다. “나무로 올라갈” 뿐이고, 고양이라면 “나무를 탄다”고 해야겠지.



뭔가 떨어져 있는 건 없을까

→ 뭔가 떨어졌지 않을까


잠든 것은 수짱이었어요

→ 잠든 쪽은 수짱이에요

→ 수짱이 잠들어요


여기에 날아온 풍선을 잡을 수 있는 건, 나뿐이라고

→ 여기에 날아온 바람이는 나만 잡는다고


바다 건너 저편까지 가는 걸까요

→ 바다 건너까지 갈까요

→ 바다를 건너 저쪽까지 갈까요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해요

→ 밑을 내려다보며 말해요


나무 위로 올라가 풍선을 잡았어요

→ 나무를 타고서 바람이를 잡았어요


함께 간식을 먹었어요

→ 함께 참을 먹었어요

→ 함께 샛밥을 먹었어요


함께 목욕을 했어요

→ 함께 씻어요


#さのようこ #すーちゃんとね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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