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입니다 -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
김지은 지음 / 봄알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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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8.6.

인문책시렁 234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봄알람

 2020.3.5.



  《김지은입니다》(김지은, 봄알람, 2020)를 읽었습니다. 종이책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속낯 이야기는 널리 퍼졌습니다만, 종이책으로 나와 주었기에 ‘우두머리(대통령) 만들기’를 꾀하는 무리가 무엇을 노리고 무엇을 하며 무슨 마음인가를 헤아릴 만합니다.


  그들은 ‘아니’라고 아직도 말하지만, 서울시장 박원순과 부산시장 오거돈과 충남지사 안희정, 이 세 사내는 ‘말삶이 어긋난 뒷길’을 보였고, 이 뒷길이 바깥으로 불거지면서 ‘민주당·스스로 진보라 여기는 무리(조직·단체)’가 얼마나 두동진(모순된) 모습인가를 환히 드러내었습니다.


  그들은 ‘박근혜 무리·이명박 무리’가 저지른 잘못은 왜 안 따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만, 이쪽 무리이건 저쪽 무리이건 잘못은 똑같이 잘못이요, 뉘우칠 일은 똑같이 뉘우칠 일이며, 물러나서 사슬살이(감옥생활)를 톡톡히 치를 일입니다. 티끌 하나도 안 묻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둘러댈 수 없습니다. 티끌이 묻었으면 씻고서 조용히 지내야지요.


  안희정이 저지른 노리개질(성폭력)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두머리 자리에 선 이들은 순이도 돌이도 늘 노리개로 삼습니다. 힘·이름·돈으로 누르거나 밟아서 ‘사람들이 꼭두각시처럼 넋을 잃고 따라다니도록’ 몰아댈 뿐입니다.


  우두머리에 선 놈이나 우두머리에 서려는 놈은 왜 하나같이 노리개질을 일삼을까요? 이들은 스스로 삶을 짓거나 살림을 가꾸거나 사랑을 나누지 않거든요. 이들이 ‘운전기사 딸린 자가용’이 아닌 ‘스스로 발판을 구르는 자전거’를 타면서 일한다면 바보짓을 할 틈이 없습니다. 이들이 힘·이름·돈이 있는 사람하고만 사귀면서 얼굴을 팔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손수 빨래하고 밥하고 쓸고닦’으면서 ‘곁일꾼(수행비서)을 안 둔다’면 이때에도 멍청짓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곁일꾼은 몸종이 아닙니다만, 말썽을 일으킨 모든 벼슬꾼(정치꾼·공무원)은 스스로 ‘작은일’을 안 챙기면서 곁일꾼을 몸종처럼 부렸습니다. 이들이 자가용 아닌 버스·택시를 타거나 걷는다면, 또 이들이 그림책·동화책을 읽고 스스로 노래(동시)를 써서 아이들 곁에서 함께 놀이를 한다면, 어디에도 부끄러울 짓이란 없이 머슴 노릇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머슴이 아닌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는 모든 이들은, 국민의당이건 민주당이건 정의당이건 녹색당이건 똑같습니다. 노리개질(성폭력)이란 말썽을 안 일으킨 무리(조직·정당)가 이 나라에 있나요? 없습니다.


ㅅㄴㄹ


종종 위법과 편법을 목격했다. 선거라는 것이 원래 이런가 싶었다. 알아서는 안 되는 일투성이인 무서운 곳에 온 것 같았다 …… “뭔 소리냐! 선거 안 할 거야?” “모르면 가만히 있어. 시키는 대로 해!” “원래 선거는 그래. 지면 다 끝이야. 결과가 중요해.” 경선이 끝난 뒤, 안희정 조직의 결정에 따라 문재인 캠프에 가서 일했다. (79쪽)


일부 선배들은 “너희들은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 원래 정치권은 이래”라며 폭력을 묵인했고, 또 그들 자신이 가해자이기도 했다. 노래방에 가 여자 후배를 옆에 앉혀 술을 따르게 했고, 노래를 부르게 했다. 머리나 뺨을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고, 볼을 비비거나 껴안기도 했다. (81쪽)


안희정에게 첫 피해를 당할 때쯤에는 이미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직 대권만을 바라보는 사람들 속에 갇힌 채, 어디에도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없음을 절실히 느끼는 상태였다. (87쪽)


안희정은 성평등을 지지하는 진보적 지도자인 것처럼 알려져 있었지만 내가 본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권세를 잘 알고 누리는 사람이었다. “내 위치에 이런 것까지 해야 되겠느냐”며 일정을 당일에 취소하기도 했다. (105쪽)


결국 조직을 나온 나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안희정을 대통령 만들고 그 곁에 오래 있으려던 사람들에게 나는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는다)’의 대상이었다. (116쪽)


“여자가 있으면 분위기가 좋아져. 지사님이 부드러워져.” 그리고 그렇게 분위기를 풀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내 역할은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다. (122쪽)


세 명의 판사는 피고인 안희정에게는 묻지 않았다.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여러 차례 농락했는가?’ (150쪽)


피고인 측 증인으로 증언한 사람들 중 일부는, 우연인지 모르지만, 재판 중 안희정과 관계 깊은 국회의원의 비서관이 되었고, 자치단체장의 자문위원이 되기도 했다. (155쪽)


안희정 부인의 글은 잘 짜인 총공격 명령과 같이 느껴졌다. 대선 캠프에 위기가 찾아오면 좌표를 찍고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총공격 시스템. (18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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