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7.8.

숨은책 69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이오덕 글

 청년사

 1977.5.10.



  1995년 2월 4일, 서울 연대 앞에 있던 헌책집 책시렁에서 찾아내어 읽은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는 제가 걸어갈 길은 스스로 열어야 한다는 대목을 일깨웠습니다. 곧이어 《삶과 믿음의 교실》을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읽었습니다. 속으로 뜨거운 불길이 솟습니다. 지난 열두 해 동안 못 만난 길잡이를 묵은 책에서 만났어요.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간 지 이태째인 1995년 봄, 길잡이가 아닌 ‘고약한 샌님’이 장난치듯 읊는 자리(강의)는 돈도 하루(시간)도 너무 아까웠습니다. ‘고약한 샌님’은 ‘복사한 네덜란드말 교재’를 베껴쓰도록 시키며 하루를 때우고, 우리더러 머리카락이 길면 안 된다느니 민소매나 반바지를 입으면 안 된다느니 집회에 나가면 안 된다느니, 낡은 굴레에 가두려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고약한 샌님’한테 값(학점)이 깎일세라 눈치만 보더군요. “교수님, 아니 교수라는 이름도 부끄러운 너, 나는 너한테서 도무지 못 듣겠어. 혼자 녹음테이프 들으면서 배워도 더 빨리 잘 배우겠다. 어떻게 입시교실보다 뒤떨어지면서 머리 길이가 어떻고 옷차림이 어떻고 따지니? 너는 교육이 뭔지 알고, 삶이 뭔지 아니? 머저리 강의는 집어치워!” ‘고약한 샌님’한테 이 말을 들려주고서 열린배움터를 그만두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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