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바닷가 - 1992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페이스 링골드 지음, 조은 옮김 / 딸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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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6.20.

그림책시렁 980


《옥상 바닷가》

 페이스 링골드

 조은 옮김

 딸기책방

 2022.6.13.



  가난집도 가멸집(부잣집)도 없습니다만, 우리는 이 대목을 쉽게 잊어요. 온누리 어디나 가난이나 가멸을 따로 그을 수 없어요. 돈으로 금을 그어도 되나요? 옷차림이나 부릉이(자동차)나 잿빛집(아파트)으로 금을 그으면 옳나요? 모은 돈이 0원이기에 가난하지 않습니다. 빚을 졌기에 가난하지 않아요. 마음이 없거나 사랑이 없는 사람이 가난합니다. 마음이 있고 사랑이 있으면 가멸찹니다. 《옥상 바닷가》는 “Tar Beach”를 옮깁니다. “까만 바닷가”라는 이름인데, 살빛이 까만 사람은 그저 찬밥으로 내몰리지만, 까만 살빛인 어버이 곁에서 ‘바닥을 까맣게 바른 하늘집’을 누리는 아이가 마음뿐 아니라 몸으로도 동생하고 하늘을 날며 누린 어린날을 상냥하게 들려줍니다. 우리는 아직 일본말을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옥탑·옥상’도 일본말입니다. 한겨레는 겹겹이 쌓는 집을 안 누리며 살았기에 ‘윗칸’을 안 두었어요. 비록 나라에 ‘윗놈’이 있을지라도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는 살림”을 지은 얼개예요. 《옥상 바닷가》라 이름을 붙였지만 “하늘 바닷가”가 어울립니다. 하늘바라기집이요, 아이들은 하늘을 날며 홀가분할 뿐 아니라 신바람으로 놀 줄 알아요. 우리는 모두 하늘빛을 품은 바닷바람을 누립니다.


ㅅㄴㄹ

#TarBeach #Faithringgold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쉬운 말씨를

우리말씨로 가다듬어 본다.

어린이 스스로 읽을 그림책이니

어린이 삶결을 헤아린 말씨로 손질할 노릇이다.


그리고 책이름은 “옥상 바닷가” 아닌

“까만 바닷가”나 “하늘 바닷가”로 붙여야

줄거리하고 이야기를

제대로 밝힐 만하리라 느낀다.

‘까만 살빛’처럼 ‘까만 하늘집 바닥’을 빗대고

‘하늘 날기’처럼 ‘하늘집 살림’을 그리며

아이들이 새롭게 바꾸는 길을 보여주니까.



그날을 난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 난 그날을 잊지 못해요

→ 난 그날을 잊을 수 없어요


별들이 내 곁으로 쏟아져 내리더니

→ 별이 내 곁으로 쏟아져 내리더니


작은 옥상이 내려다보였어요

→ 작은 하늘칸이 내려다보여요

→ 작은 하늘마당이 보여요


놀이를 하고 있었죠

→ 놀이를 하지요


내 동생 비비는

→ 동생 비비는


매트리스 위에 가만히 누워서

→ 자리에 가만히 누워서

→ 깔개에 가만히 누워서


별들과 높은 빌딩 숲에 둘러싸여 부자가 된 기분이에요

→ 별과 높은집 숲에 둘러싸여 넉넉해요


그중에서 저 다리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지요

→ 그가운데 저 다리는 내가 가장 사랑해요


바로 그날에 다리가 개통되었대요

→ 바로 그날 다리를 열었대요


조지 워싱턴 다리가 너무너무 갖고 싶어졌어요

→ 조지 워싱턴 다리가 아주아주 갖고 싶어요


그럼 영원히 내 것이 돼요

→ 그럼 늘 내 것이에요

→ 그럼 언제나 내 것이지요


가고픈 곳 어디든 자유로이 갈 수 있죠

→ 가고픈 곳 어디든 신나게 갈 수 있죠

→ 가고픈 곳 어디든 마음껏 갈 수 있죠


아주아주 높은 강철 대들보 위를 걸어갈 수 있어요

→ 아주아주 높은 무쇠 대들보를 걸어갈 수 있어요


절대로 안 떨어져요. 그래서 아빠 별명이 고양이랍니다

→ 안 떨어져요. 그래서 아빠를 고양이라고도 합니다


피부가 검거나 원주민의 후예라 해도

→ 살빛이 검거나 텃사람 아이라 해도


다 지어진 빌딩을

→ 다 지은 집을


엄마는 웃을 수 있을 거예요

→ 엄마는 웃을 수 있어요


우리는 매일 저녁 후식으로

→ 우리는 저녁을 먹고서

→ 우리는 저녁을 다 먹으면


저녁마다 확실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게

→ 저녁마다 꼬박꼬박 얼음고물을 먹을 수 있게

→ 저녁마다 얼음밥을 먹을 수 있게


아빠는 수박을 사 올 거고요

→ 아빠는 수박을 사 오고요


이번에는 동생도 데려가야겠어요

→ 오늘은 동생도 데려가야겠어요


자기를 떼 놓고 가면

→ 혼자 떼 놓고 가면


나는 건 아주 쉬워

→ 날기는 아주 쉬워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날고 있을 거야

→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날겠지

→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날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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