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사람노래 . 도로시아 랭 2022.6.10.



눈을 안 뜨면 안 보여

마음을 안 열면 몰라

생각이 없으면 못 느껴

사랑이 없으면 차디차


눈을 뜬다면 마음을 틔워

마음 열 적에 생각을 담아

생각 담으며 사랑을 싣고

사랑 싣기에 스스로 빛나


가난한 사람은 없어

가난마음만 있지

아이들은 모두 가벼운걸

바람처럼 하늘같이 날거든


겉만 본다면 거짓이야

꺼풀을 벗겨 보겠니

참빛을 바라볼 때에만

오늘을 그릴 수 있어


+ + +


지난날 사진은 ‘찰칵’ 소리를 내는 묵직한 쇳덩이로 찍었습니다. 요즈음은 가볍고 작은 손전화로 얼마든지 소리없이 찍기도 합니다만, 목돈이 없으면 찍힐 일도 찍힐 일도 없던 지난날,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 1895∼1965) 님은 ‘목돈이 있거나, 번듯한 옷을 입거나, 이름이 높거나, 서울(도시)에 살거나, 글을 읽거나 쓰는 사람’이 아닌, 온몸으로 살림을 짓고 글을 모르는 수수한 사람들을 먼저 마음으로 만나고서 이웃·동무로 어울리다가 문득 ‘찰칵’ 한 칸을 담았습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빛나는데, 시골에서 조용히 살림을 지으면서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는 여느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맞이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귀여겨듣고서 살며시 ‘찰칵’ 두 칸을 담았고요. 눈으로만 보거나 찍는 사진이 아닌, 마음으로 보고 찍으면서, 언제나 마음으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바랐어요.


ㅅㄴㄹ


그대가 ‘도로시아 랭’을 모른대서 나쁘지 않다.

다만 그대가 손전화로 으레 찰칵찰칵 담는다면

한동안 손전화를 끄고서

며칠쯤 손전화로 사진찍기를 멈추고서

‘도로시아 랭’을 곰곰이 생각한 다음

다시 손전화를 켜고서

문득 차아알칵 하고 아주 천천히

한 칸만 찍어 보기를 바란다.


《진실을 보는 눈》이란 그림책을 읽어도 좋다.

숲노래 씨는 이 그림책 옮긴이는 아니지만

옮긴이 애벌글을 통째로 뜯어고쳐서

어린이가 읽을 수 있도록 아주 새로 썼다.


사진과 사람을 모르는 채

번역만 한다면

어린이도 어른도 종잡을 수 없다.


말만 옮기기에 번역이 되지 않는다.

삶과 살림과 사랑으로 여기에 있는

눈빛을 담아야 비로소 옮김(번역)이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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