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8.


《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

 사기사와 메구무 글/최원호 옮김, 자유포럼, 1998.1.20.



어제는 텃노랑이 눈부시고, 오늘은 텃하양이 눈부시다. 민들레는 봄꽃 가운데 소담스러이 빛난다. 이 곁에서 꽃마리꽃이 나즈막하게 밝고, 냉이꽃이 한들한들 밝다. 잣나물꽃하고 봄까지꽃을 한 줄기씩 훑어서 혀에 얹는다. 살갈퀴에 잔뜩 달라붙는 진딧물을 본다. 넌 살갈퀴가 맛난 봄풀인 줄 아는구나. 읍내마실 다녀오는 시골버스는 때때로 시끄럽다. 처음 고흥에 깃든 2011년 무렵에는 할매할배 수다로 시끌벅적했다면 요새는 시골푸름이가 거친말을 잔뜩 섞은 수다로 시끄럽다. 예전에 보던 갓난쟁이가 이제 ‘막말을 실컷 펼 줄 아는(?)’ 푸름이로 제법 컸구나 싶은데, 이 아이들도 앞으로 서너 해 뒤면 더 볼 일이 없이 서울로 떠나겠지. 《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을 새로 읽었다. 예전에 읽을 적에도 이 나라(남녘)를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따사로이 담아낸 글빛이었구나 싶었고, 2022년에도 이 책은 눈부시다. 앞으로 2040년에 이르러도 사기사와 메구무 님이 이 나라를 톺아본 눈길은 빛바래지 않겠다고 느낀다. 우리 민낯이며 속모습을 ‘나무라지 않고 포근히 어루만지는 손길’로 아름다이 담아내었다. 이렇게 여린 눈빛이자 손빛이기에, 이이는 이웃하고 동무가 아파하는 눈물을 온몸으로 녹이려 하다가 그만 스스로 숨을 끊었으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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