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3.6.

숨은책 637


《正音 第二十四號》

 권영희 엮음

 朝鮮語學硏究會

 1938.5.31.



  조선 오백 해는 숱한 사람들로서는 아랫내기로 억눌리는 나날이었으나, 몇몇 사람들한테는 윗내기로 힘·이름·돈을 누리는 나날이었습니다. 이웃나라가 총칼로 우리나라를 집어삼킨 마흔 해 가까이, 숱한 사람들은 괴롭고 배고파야 했으나, 적잖은 사람들은 앞잡이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떵떵거렸습니다. 빼앗긴 말을 찾으려고 애쓰면서 우리 말글을 가꾸려는 사람들이 땀흘리는 한켠이 있었고, 일본글·중국글을 우러르면서 허수아비짓을 일삼는 무리가 있었어요. 《正音》이란 이름으로 달책(잡지)을 엮은 조선어학연구회(박승빈·안확)는 총칼수렁(식민지)에 이바지하는 길을 가면서 우리 말글을 흔드는 몫을 했습니다. 이들은 달책에 “日鮮漢音便覽(일선한음편람)”을 싣고, “皇國臣民ノ誓詞(황국신민의 서사)”를 싣지요. 누구나 제 뜻을 펴면서 제 생각을 일구는 밑틀로 우리 말글을 누리기보다는, 몇몇 글바치끼리 주물럭거리는 윗내기 노릇을 잇기를 바랐습니다. ‘正音·정음’은 우리말일까요? 그들(친일부역자)은 일본글을 ‘正音’으로 우러렀을 텐데요. 오늘날 국립국어원은 독립운동이나 한글학회하고는 동떨어진 뿌리입니다. 나라말을 돌보려는 마음이라면 ‘국어’ 같은 일본말을 진작 걷어냈으리라 봅니다. 말을 말다이 쓰는 바탕이 서야 생각을 생각다이 지으며 날개를 펼치는 참다운 길을 열 수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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