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5.


《겨울 할머니》

 필리스 루트 글·베스 크롬스 그림/강연숙 옮김, 느림보, 2003.11.28.



나는 김치를 못 먹는데 우리 집 세 사람은 다 먹는다. 작은아이는 숲노래 씨를 닮아 김치를 못 먹나 하고 오래 지켜보았으나 조금씩 김치맛을 받아들이는 길로 나아간다. 곰곰이 보면 숲노래 씨는 어릴 적에 얻어터지고 시달리면서 몸을 괴롭히느라 몸에서 김치를 거세게 내치지 싶고, 작은아이는 “네 몸에 맞는 대로 하고, 네 마음이 가는 결대로 하면 된다”는 흐름으로 가면서 넉넉히 받아들이는구나 싶다. 먹지도 못 하는 깍두기를 할까 말까 며칠 망설이다가 두 아이한테 맡긴다. 둘은 신나게 썰고 간을 해서 절인다. 나는 곁에서 떡볶이를 해놓는다. 겨울이 저물려는 이즈음인데 센바람이 새삼스레 모두 꽁꽁 얼린다. 그래, 이제 겨울이 며칠 안 남았네. 겨울맛을 다시 보려면 아홉 달 뒤일 테니 막바지가 매섭구나. 《겨울 할머니》를 새삼스레 되읽었다. 큰아이는 “예전에 본 생각이 나.” 하고 말한다. 그림님이 내놓은 그림책이 여럿 더 있는 줄 뒤늦게 알아채고서 하나씩 장만해 보는데, 다른 그림책 가운데에는 살짝 아쉬운 빛을 느끼기도 한다. 글·그림이 모두 휼륭하기는 만만하지 않구나. 그림책에는 글이 없기도 하고 짤막하기도 하지만, 이 단출한 글줄을 어떻게 여미느냐에 따라 그림결이 너울치는 줄 새삼스레 깨닫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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