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2.13.

숨은책 587


《어쩌다 그림책 vol.4. 나무의 시간》

 하정민 엮음 

 그림책산책

 2021.8.1.



  1997년 12월 31일에 드디어 강원도 양구를 떠났습니다. 스물여섯 달 동안 싸움터(군대)에서 보낸 나날은 꿈 같았습니다. 삶죽음 사이를 날마다 넘나들며 갖은 막말·막짓이 춤추던 곳이 참말로 있었는지 아리송했습니다. 새벽 여섯 시에 대우산 꼭대기 눈밭부터 걸었고, 또 걸었고, 짐차 뒤칸에 열 몇 사내가 온몸이 얼어붙으면서 “눈밭이 아름다워 보여도 뒤를 돌아보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시골버스로 읍내로 가고, 다시 춘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이제 기차로 청량리에 닿고서야 “죽음터에서 빠져나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용산 헌책집 〈뿌리서점〉부터 들릅니다. 이제부터 홀가분히 읽을 책을 손에 쥐며 눈물을 흘립니다. “집부터 가야지, 책집부터 오나? 허허. 군대를 마친 선물로 오늘 책값은 안 받지.” 1995년 11월∼1997년 12월은 저한테 ‘사라진’ 날입니다. 사라진 날을 찾으려고 처음 쥔 책은 《몽실 언니》요, 이때부터 어린이책을 하나하나 찾아 읽습니다. 어린이를 한참 지난 풋사내 마음은 어린이책이 달래 주었어요. 《어쩌다 그림책》은 구미 마을책집 〈그림책산책〉이 선보이는 조촐한 꾸러미입니다. 어쩌다 그림책이냐 묻는다면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저는 죽음 아닌 삶을 사랑으로 보려고 그림책을 찾습니다.


ㅅㄴㄹ


《어쩌다 그림책》을 만나고 싶다면

경북 구미 마을책집인

〈그림책산책〉을

나들이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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