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3.


《길》

 주나이다 그림, 비룡소, 2021.9.30.



집에서 조용히 쉰다. 아니, 언제나처럼 집에서 조용히 일한다. 글을 쓰는 삶길을 걷자고 생각한 1994년 1월부터 여태까지 하루를 쉰 적이 없다. 나한테 ‘쉬다’란 오직 “숨을 쉬다”이다. 숨을 쉬니까 ‘늘 쉬’기에, 따로 쉼날을 둘 생각이 아예 없다고 할 만하다. 이 별에 태어난 몸이 코가 몹시 나빠서 아기 적부터 ‘숨쉬기’가 가장 어렵고 힘들며 지치고 고단한 일이었기에, 나로서는 ‘쉬다’를 늘 ‘숨쉬다’로 바라볼밖에 없었다. 팔다리가 부러질 적보다 코로 숨을 쉬기가 어려워서 숨이 막힐 적에 훨씬 아팠으니, 하루 내내 늘 아픈 채 살아온 셈이다. 숨쉬기가 멀쩡한 사람은 ‘쉬다’를 헤아리지 못하리라 느낀다.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는다면 참말로 숨쉬기가 뭔지 못 느끼지 않을가? 《길》을 장만해서 읽고 아이들한테 건네는데 어쩐지 시큰둥하다. 굳이 다시 들추거나 더 읽지는 않네. 주나이다 그림책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서울살림(도시문화)’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뿐이다. 주나이다 그림에는 ‘쉴’ 틈이 없어 보인다. 나무 한 그루가 자랄 틈이나 들풀 한 포기가 씨앗을 퍼뜨리며 돋을 틈도 없지 싶다. 서울이란 곳은 안 나쁘다. 다만, 아직 온누리 서울(도시)은 온통 잿빛이 가득해서 숨쉴 구멍이 없을 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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