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 2022, 2023 북스타트 선정작 글로연 그림책 21
이윤희 지음 / 글로연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2021.10.14.

그림책시렁 786


《걷다 보면》

 이윤희

 글로연

 2021.2.25.



  찰칵 하고 담는 틀은 모두 같습니다만, 이 찰칵이를 다루는 사람에 따라 빛이 다르게 스밉니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곳에 서서 찰칵 누른다고 하더라도 1/10초나 1/100초마다 다 다르게 빛살이 스며듭니다. 뚝딱뚝딱 똑같이 찍어낸 찰칵이인데, 이 틀을 쓰는 사람 손길에 따라 조금씩 빛결이 바뀌어요. 손길을 타면서 오직 하나만 있는 눈빛으로 나아갑니다. 붓하고 물감하고 종이도 그렇습니다. 처음 뚝딱 찍어낼 적에는 똑같았으나, 누가 건사하면서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빛그림이 확 달라요. 《걷다 보면》은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걷다가 문득 만날 만한 빛살을 들려줍니다. 걷기에 보는 빛살이라지요. 그런데 요새는 바삐 걷는 사람이 많아서 “걷다 보면” 그냥 이 빛살을 만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천천히 걸어”도 마음이 다른 곳에 있으면 못 봐요. 스스로 풀꽃나무스럽게 걸을 적에 비로소 풀빛에 꽃빛에 나무빛을 봅니다. 스스로 바람스럽게 걸어야 드디어 바람빛을 읽어요. 스스로 구름스럽게 걸어야 마침내 구름빛을 알아챕니다. 나무그늘하고 구름그늘은 다른데, 잿빛집이나 부릉이(자동차)가 내놓는 그늘도 다릅니다. 숨만 쉰대서 목숨이 아닌, 걷기만 한대서 느끼지 않는, 그러니까 푸르게 꿈꾸어야 숨쉬며 느끼는 삶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