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47 자서전



  쉽게 말하니 쉽습니다. 어렵게 말하니 어렵습니다. 꾸밈없이 말하니 꾸밈이 없을 뿐 아니라, 티도 티끌도 허울도 없어요. 꾸미려 하니 티나 티끌이나 허울이 들러붙습니다. 글판에서는 으레 ‘자서전’ 같은 어려운 말을 씁니다만, ‘스스로글’이나 ‘삶글’이나 ‘삶자취글’처럼 쉽게 말해야지 싶습니다. 잘 생각해 봐요. ‘자서전’이라는 이름 탓에 “내가 무슨 자서전을 써?” 하고 여깁니다. ‘삶글’이라는 이름이기에 “삶을 쓴다고? 그럼 나도 내 삶을 쓸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와 맞물리는 어려운 말 ‘평전·위인전’이 있어요. 처음부터 아예 울타리를 높이 쌓으니 ‘평전·위인전’은 아무나 못 쓸 글로 여겨요. 꾼(전문가) 아니면 건드려서는 안 될 글로 삼습니다. 이리하여 모든 껍데기말, 어렵게 들씌운 말을 가다듬어 봅니다. ‘내가 스스로 사랑하는 이 삶을 바로 내가 손수 즐겁게 글로 옮기’면 됩니다. ‘내가 스스로 사랑하는 동무나 이웃이나 어른을 바로 내가 손수 즐겁게 그리면서 기쁘게 글로 담으’면 되어요. 우리 삶은 뛰어나거나 놀랍거나 대단하거나 훌륭해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즐거우면 됩니다. 즐겁게 사랑하는 삶이기에 이 즐겁게 사랑하는 삶결을 고스란히 글결로 어루만지면서 펼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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