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8.30.

숨은책 545


《續 主婦之友 花嫁講座 第五卷 習字兼用 手紙の書き方》

 石川武美 엮음

 主婦之友社

 1940.7.31.



  배움터가 서기 앞서는 순이돌이 누구나 집일·집살림을 같이 건사하고 배우며 돌보는 길이었습니다. 임금붙이·벼슬아치·글바치라면 글을 익히거나 읽었을 테지만, 수수한 순이돌이는 흙을 만지고 풀꽃나무를 읽으며 해바람비하고 동무하는 나날이었어요. 일본도 우리나라도 ‘국민교육’을 “하루 빨리 글과 셈을 익혀서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싸울아비(군인)나 톱니바퀴(부속품)가 되라”는 밑뜻으로 시켰습니다. 지난날 돌이(남자)만 으레 배움터에 밀어넣어 ‘국민교육’을 시켰는데, 싸움터 총알받이로 잔뜩 내보내야 했거든요. 이동안 순이(여자)는 집일과 아이돌봄을 도맡도록 갈라요. 사람들이 손수 삶을 지어 사랑을 아이한테 물려주던 옛날에는 함께 일하고 쉬고 놀고 배웠습니다.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할 적에는 늘 순이돌이가 어깨동무였어요. 《續 主婦之友 花嫁講座 第五卷 習字兼用 手紙の書き方》는 ‘싸울아비가 되도록 배움터에 들어가는 길이 막힌 순이’를 가르치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밥짓기·옷짓기도 가르치지만 ‘글씨쓰기’도 가르칩니다. 일본은 순이한테 글씨를 가르치는 여느 책까지 냈습니다만, 우리는 순이한테 글씨를 가르칠 생각을 안 하기 일쑤였어요. 총칼에 눌렸다고는 하나, 돌이 스스로 눈을 안 떴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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