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8.26.

숨은책 539


《television, the first fifty years》

 Jeff Greenfield 엮음

 Abrams

 1977.



  영어 ‘텔레비전’을 ‘바보틀(바보상자)’로 옮기기도 하지만 그냥 ‘티비(티브이)’나 일본말 ‘떼레비(테레비)’라 하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이 살림을 곰곰이 보면, 우리가 딸깍 켜 놓고 가만히 바라봅니다. 딱히 생각하지 않아도 봅니다. 토를 달 일이 없고, 못마땅하다면 다른 길(채널)로 돌립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그리기보다 남이 보여주는 대로 휩쓸리기 쉽기에 ‘바보틀’이란 이름으로 옮길 만해요. 그래도 조금 추슬러서 바라보자면 ‘보임틀’쯤으로 옮겨도 어울려요. 보여주는 틀이니까요. 《television, the first fifty years》는 1977년이 “보임틀 쉰 돌”이라면서 이를 기려 두툼하게 엮습니다. 1928년부터 비롯한 볼거리란 무엇이고, 사람들은 무엇을 누리고, 이 보임틀로 무엇을 알리거나 팔려 하고, 나라흐름이나 삶흐름을 어떻게 얼마나 바꿨는가 하고 헤아려요. 우리한테 1977년은 아직 까마득히 억눌리던 총칼나라였으니 “보임틀 쉰 돌”을 생각할 틈이 없을 뿐 아니라, 어른아이 모두 보임틀 곁에 우르르 몰려앉아 마당놀이나 골목놀이가 감쪽같이 사라지도록 부추긴 한복판입니다. 참말로 1977년부터 열 해 뒤에는 마을놀이는 싹 자취를 감춰요. 이러면서 배움수렁(입시지옥)이 깊어가고 들빛도 숲빛도 스러져 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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