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8.26.

숨은책 534


《철강지대》

 정화진 글

 풀빛

 1991.3.13.



  서로 다르기에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달리 일합니다. 저마다 마음에 드는 길이 다르고, 저마다 삶자리에 맞추어 일거리를 찾습니다. 우리나라를 본다면, 힘·돈·이름으로 억누르거나 들볶는 짓이 꽤 길었어요. 이웃나라가 쳐들어온 때라든지 막짓 우두머리가 선 때뿐 아니라, 위아래로 사람을 가르던 오백 해가 있어요. 고구려·백제·신라란 이름으로 다툴 적에 수수한 흙지기인 사람들은 늘 싸울아비로 끌려다니면서 고단했습니다. 《철강지대》는 아름물결(민주화운동)이 들불처럼 피어나던 무렵 나온 ‘일글(노동소설)’입니다. 그런데 이 일글을 읽다 보면 힘꾼·돈꾼·이름꾼이 일삼던 비아냥이나 금긋기나 끼리질이나 줄세우기 버릇을 ‘일꾼도 똑같이’ 하던 티가 군데군데 드러납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서로 다르게 일하는 땀값을 제대로 받고 나누는 아름누리를 바라는 길에서, 우리는 어떤 눈빛일 적에 어깨동무를 하며 즐거울까요? 틀이나 울타리를 세우면 속에서 곪습니다.


“니미럴, 요즘 애들은 당최 사내새끼들 같지 않아가지구, 차려입은 것 좀 봐라, 저게 기집애지 사내냐, 허허 참.” (24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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