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8.26.

숨은책 537


《音樂과 現實》

 박용구 글

 민교사

 1949.4.15.



  일곱 살까지는 거리끼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면, 여덟 살로 넘어선 뒤부터 입을 다물었습니다. 여덟 살에 들어간 배움터에서는 아이들을 줄세우고 셈겨룸(시험)을 시키며 나무라거나 웃음거리로 삼았어요. 이제 와 돌아본다면, 어른(교사)들이 무슨 멱 따는 소리라고 놀리거나 나무라건 말건 스스로 노래하고 싶을 적에 신나게 노래하면 될 뿐입니다. 노래도 놀이도 눈치로는 못 누리거든요. 노래바보(음치)이더라도 즐거이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새뜸나름이로 지내고 싸움판(군대)을 다녀오던 1995∼1999년에 새벽이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목청껏 노래를 하면서 소릿결을 가다듬었어요. 누구한테 불러 주기보다 스스로 몸을 달래는 가락하고 말을 펴고 싶었어요. 《音樂과 現實》은 이 땅에서 노래라는 빛을 새롭게 지으며 펼치려고 애쓴 박용구 님(1914∼2016)이 홀로선(해방) 나라에서 기쁘게 여민 책입니다. 갈라진 나라에서 헤매느라 일본으로 조용히 건너가서 일하다가 이승만이 무너진 뒤에 돌아왔더니 샛놈(간첩) 소리를 들으며 고단하기도 했다지만, 온해(100년)를 넘나든 삶길은 노래와 함께하기에 견디었겠지요. 저는 2008년부터 맞이한 우리 집 아이들한테 날마다 노래를 불러 주며 하루하루 새롭게 살림을 짓는 기운을 얻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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