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애인 문학과지성 시인선 391
김이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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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8.7.

노래책시렁 192


《말할 수 없는 애인》

 김이듬

 문학과지성사

 2011.4.25.



  흔히들 ‘옷’을 ‘껍데기’로 여기거나 알지만, ‘옷’은 ‘껍데기’가 아닌 ‘몸’입니다. 삶을 겪거나 치러내는 몸이 바로 옷입니다. 삶을 고스란히 느껴서 마음으로 보내는 구실을 하는 몸이 바로 옷이라고 하겠어요. 이 옷을 꾸미거나 치레하느라 바쁘다면 삶을 겪거나 치를 틈이 줄고, 옷을 이쁘장하게만 건사하려 든다면 아예 삶하고 동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옷에 힘을 줄수록 삶하고 등져요. 삶을 겪는 몸인 옷이기에, 옷(몸)은 좋거나 나쁘지 않고 못생기거나 잘생기지 않습니다. 다 다릅니다. 《말할 수 없는 애인》을 읽으며 ‘옷·몸’하고 ‘말·마음’을 가만히 생각합니다. ‘옷·몸’을 바로볼 적에 비로소 삶을 바로봅니다. ‘말·마음’이 하나인 줄 느끼고 알아서 깨우칠 적에 비로소 사랑으로 갑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노래(시)는 무엇을 보고 느껴서 말하는 길일까요? 옷자락을 꾸미고, 온몸으로 삶을 안 겪으며, 마음을 담는 말이 아니라, 솜씨나 재주를 부리는 글이 넘실거리는, 속삶하고 동떨어진 겉삶이 물결치는 모습이지 싶습니다. 몸으로 겪으며 옷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마음으로 바라보며 말을 어떻게 다스리나요? 몸으로 마주하며 마음을 어떻게 돌보고, 삶이 배어들 말을 말 그대로 사랑이 되도록 나아가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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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처럼 떨어지는 접시를 받았다 / 바나나가 있는 접시였다 / 바나나가 좋아 / 난 바나나가 좋아 / 더 주세요 / 위에 대고 소리 질렀다 // 내일부터 접시 닦기를 할 거예요 / 내 꿈은 작고 웃기는 거 (날치고 훔치고/22쪽)


그를 만나기 전부터 그가 보내오는 이모티콘이 맘에 들었고 종종 난 그의 동그란 코와 생기 넘치는 탱탱한 엉덩이를 씻겨준다 욕조에서 입 맞추고 비누 거품으로 장난치는 게 좋다 // 웬걸,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 그는 지독히 달라붙는 꼬마였고 망할 놈의 우리는 죽음을 빌었다는 것밖에 (권태로운 첫사랑/108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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