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7.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글/나일등 옮김, 은행나무, 2012.4.25.



뒤꼍 유자나무 한켠을 감싸고 뻗는 찔레덩굴을 열 해 동안 지켜보았다. 열한 해째 이른 올해에 싹둑싹둑 자르고, 척척 끊는다. 나는 찔레도 좋고 유자도 좋은데, 찔레는 꽤 쉽게 어디에서나 싹이 터서 자란다면, 유자는 좀처럼 씨앗부터 싹트지 못하니 “찔레야, 찔레야, 이 자리는 유자한테 고스란히 주자. 넌 다른 자리를 줄게. 네가 너그러이 헤아려 주렴.” 하고 속삭였다. 곰곰이 생각하니 유자가 먼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올해에 유자꽃이 흐드러지도록 피며 “날 언제까지 이렇게 친친 감기도록 두겠니?” 하고 묻더라. 두 나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둘 모두 살리는 길을 찾기로 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읽는다. 읍내 우체국을 다녀오는 시골버스에서 읽는데, ‘밉질(혐오)은 미워할’밖에 없을 수 있지만, 이 밉질을 일삼는 이들은 모두 ‘사랑이란 없이 주먹다짐으로 억눌린 생채기’이기 일쑤이다. 밉질을 미워하되, 밉질쟁이를 사랑으로 녹여서 달래는 길을 제대로 찾을 노릇이라고 본다. 조금만 생각하면 된다. 싸움질(전쟁)이 없던 때, 싸울아비(군대)가 없던 때, 싸움연모(전쟁무기)가 없던 때, 가시버시는 늘 아름답게 사랑을 꽃피웠다. 오늘날을 보라. 왜 군대에서 갖가지 말썽이 안 끊이는가를 들여다봐야 한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